배민, 공정위 '최혜 대우' 조사 반발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다"
지난해 7월 6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 앞에 배달앱 3사 스티커가 붙어있다. 뉴시스
본지〈중앙일보 9월 26일 자 1·4·5면〉에서 보도했듯이, 배달 앱들이 각종 유인책을 쓴 뒤 수수료를 대폭 올리고, 소상공인 부담이 가중된 원인에 불공정 거래 행위가 있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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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다른 앱과 가격 동일하도록 요구
의혹의 핵심은 점유율 58.7%(8월 기준)로 국내 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민이다. 배민이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 클럽'을 도입하면서 배민이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음식 가격 등을 다른 배달 앱과 동일하거나 낮은 수준으로 맞추도록 최혜 대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47)씨는 “배민 외 플랫폼과 다른 가격을 제시할 경우 ‘배민 클럽’ 배지를 달 수 없다. 배민 클럽에서 제외되면 소비자에게 가게 노출이 안 돼 주문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경민 기자
그러나 최혜 대우 조항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A업체가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최혜 대우 조항에 동의한 입점업체는 다른 배달 앱과 같은 가격에 제품을 팔아야 한다. 결국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스스로 떠안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해소해야 한다.
고장수 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가격 결정 권한은 판매자인 점주에게 있는데 이걸 플랫폼 업체가 과도하게 간섭하면서 판매자의 고유 권한을 뺏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앞서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에서 ‘최혜 대우’를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과 함께 '4대 반칙행위'로 꼽았다.
공정위는 플랫폼간 경쟁 외에 매장 판매 가격과 앱 판매 가격에 차이를 두는 '이중가격' 제한 행위가 최혜 대우 요구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배민은 지난 7월부터 매장과 배달앱 가격이 같은 업체에 인증 표시를 달아주고 있는데 입점업체들은 이를 가격 통제라고 반발하고 있어서다. 지난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최혜대우·가격남용·자사우대 등으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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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최혜대우 요구, 작년 8월 경쟁사가 먼저 시작”
한편, 배민측은 이날 각종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우선 최혜 대우 요구에 대해선 “애초에 경쟁사가 먼저 입점업체들에 요구한 조건”이라며 “방어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경쟁사(쿠팡이츠)는 멤버십 회원 주문에 대해 10%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업주들이 타사 대비 메뉴 가격이나 고객 배달비를 더 높게 책정하지 못 하게 하는 최혜 대우를 요구했고, 올해 3월 말부터는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도입하며 이 조건을 이어갔다.
다만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한국유통법학회 부회장)은 “누가 먼저 최혜 대우를 요구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영향력이 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최혜 대우를 요구했는지”라며 “배민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시장 점유율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라며 "배달앱 시장의 최혜 대우 등 위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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