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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보다 배달이 더 비싸다

‘이중가격제’ 논란 둘러싼 3가지 쟁점


최근 외식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이중가격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계속된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메뉴인데도 매장 판매가와 배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행태를 뜻한다. 예를 들어 가게에 방문하면 1만원에 사 먹을 수 있는 떡볶이 세트를, 배달 앱에는 1만2000원에 올려놓는 식이다.

소비자는 언짢다. 왜 똑같은 음식을, 배달을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비싸게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다. ‘별다른 고지도 없이 다른 가격에 같은 음식을 파는 건 소비자 기만이다’ ‘더 비싼 줄 알았다면 배달 주문을 안 했을 것’ 등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중가격제 논란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자영업자’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본질은 오히려 ‘자영업자’와 ‘배달 앱’ 사이 갈등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음식업주는 이중가격이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한다.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매장과 같은 가격으로 팔아서는 도저히 먹고살기 어렵다는 항변이다.



들불처럼 번지는 ‘이중가격제’

수수료 부담 너무 커…배민은 공정위에 신고돼

외식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배달 앱 판매가를 매장 가격보다 10~20% 높은 가격으로 책정해놓는 이중가격제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이제야 논란이 커졌지만 조짐은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서울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등 34개 음식점을 표본조사한 결과 전체 60% 정도 매장에서 매장 판매가와 배달 앱 가격을 달리 책정했다.

최근에는 개인 매장을 넘어 햄버거와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롯데리아는 최근 매장과 배달 앱 가격을 이원화하기로 했다. 배달 앱 가격은 단품의 경우 매장보다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 비싸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배달 앱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 수수료·중개료·배달비 등 제반 비용이 전체 매출 대비 평균 약 30%를 차지한다”며 “배달 매출이 증가할수록 커지는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차등 가격 정책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비슷한 입장이다. 맥도날드·버거킹·KFC·파파이스 등 햄버거 브랜드는 올해 들어 대부분 이중가격제를 적용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배달 주문 시 매장보다 1300원, 버거킹 와퍼 세트는 1400원 비싸다. 이 밖에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를 비롯해 네네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홍콩반점 등 업종 불문 이중가격제가 확산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중가격제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올 초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음식업계와 배달 플랫폼 사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터였다. 무료 배달로 재미를 쏠쏠히 보고 있는 배달 플랫폼과 달리 업주는 수수료 부담만 늘었다는 불만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이중가격제로 점주가 배달 앱에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과열되자 정부는 올해 7월 수수료 부담 완화 논의를 위한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했다. 현재까지 5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이렇다 할 중재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열린 5차 회의에서는 중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안건이 상정조차 안 됐다.

최근에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 주축이 돼 배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독과점 사업자는 수수료 인상 등 조건 변경을 함부로 할 수 없다. 배민의 일방적 수수료 인상은 불공정 거래 행위”라며 “배민 측에서 요금제 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안을 협회에 제안하겠다 약속해 신고를 한 차례 연기했지만, 기존 약속과 달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공정위에 신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쟁점 1. 수수료 부담 어느 정도?

만원 팔면 남는 돈 1500원 남짓…다 빼면 마진 7%

배달 수수료 인상 논란의 도화선이 된 건 올해 초 배민과 쿠팡이츠가 나란히 내놓은 새 요금제다.

큰 변화는 두 가지다. 첫째는 배달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 도입, 둘째는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고정’한 것이다. 두 앱 모두 해당 요금제에 가입한 점주에 한해서만 무료 배달 프로모션을 적용받을 수 있게 요금 구조를 설계했다.

바뀐 요금제에서, 매출 한 건당 점주 수익은 어느 정도 될까. 서울에서 1만원짜리 떡볶이 세트를 배달 주문받은 A씨가 있다고 해보자. 배달 앱이 가져가는 주문 중개 수수료는 9.8%(부가세 별도)다.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1만원 중 1078원을 앱이 가져간다. 여기에 카드·결제 수수료가 3.3% 가까이 붙는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배달비다. 서울 지역은 최대 2900원, 부가세를 포함하면 3190원을 배민·쿠팡이츠 직속 라이더에게 낸다. 새 요금제 도입 전에는 음식점주가 소비자와 배달비 부담을 나눌 수 있었다. 배달비 부담이 크면 배달 팁을 1000원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를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요구하는 특정 금액을 배달비로 무조건 지출하게끔 바뀌었다.

주문 중개 수수료, 카드·결제 수수료, 배달비 등을 모두 빼고 나면 1만원 판매 시 남는 돈은 5000원 남짓. 여기에 일반적인 외식 매장 원가율(33~35%)을 감안해 재료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은 1500원이다. 업주는 1500원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기타 세금과 공과금을 내야 한다. “순수 마진율로 따지면 배달 매출은 6~7% 수준”이라는 게 외식업주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에서 스시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정률제 도입 후 배달 매출이 늘면 늘수록 적자를 본다. 올해 배달 전문점을 폐업하고 홀 매장에 올인하게 된 이유”라며 “도저히 남는 게 없으니 할 수 없이 배달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배달 앱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건 아닌지 화가 난다”고 한숨 쉬었다.



쟁점 2. 왜 유독 배민만 포화 맞나?

“배민배달 쓰세요”…정액제 죽이기 의혹

이번 이중가격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유독 ‘배민’에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도 똑같이 수수료를 정률제로 운영하지만 공정위 신고를 비롯한 비난 여론은 배민에 특히 쏠린다.

이유는 여럿이다. 점유율 60%로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위 사업자라는 점, 또 수수료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올해 7월 비웃기라도 하듯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올렸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사 배달 우대’ 의혹이다. 현재 배민에서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배달 서비스는 크게 두 종류다.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이다. 배민배달이 바로 자사 배달이다.

가게배달에서는 배민이 중개만 하고, 실제 음식 배달은 음식점이 계약한 배달 업체가 한다. 반면 배민배달은 배민이 직접 운영하는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구조다. 다른 점은 또 있다. 가게배달은 ‘정액제’, 배민배달은 ‘정률제’ 수수료다. 가게배달을 쓰는 업주는 월 8만8000원만 내면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본인 가게를 앱상에 노출할 수 있다. 이 밖에 배달 매출과 연동된 다른 수수료는 없다.

외식업계에서는 배민이 자사 수익에 유리한 배민배달을 우대하고 가게배달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쿠팡이츠는 애초에 시작부터 정률형 요금제로 출발했기 때문에 따로 우대할 자사 서비스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배민이 자사 배달을 우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최근 이용자 수요가 몰리는 ‘무료 배달’은 배민배달만 지원하는 서비스다. 배민 앱 자체도 배민배달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앱 첫 화면을 보면 가게배달이 차지하는 절대 면적은 배민배달 대비 6분의 1 정도다. 피자·중식·치킨 등 배달 품목 카테고리도 배민배달 기준으로만 나타나 있다. 검색 알고리즘도 배민배달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진단이다. 검색창에 메뉴 또는 음식 종류를 검색하면 ‘배민클럽’ 배지가 달려 있는 매장이 상위권에 노출된다. 검색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상위 20개 중 가게배달은 2~3개꼴에 불과하다.

4년째 서울에서 닭발 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준형 씨는 “가게배달만으로는 앱 노출 자체가 잘 안 된다. 장사를 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배달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도 가게배달이 좋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계속 배차가 지연되는 배민배달보다 배송 품질도 좋고, 가격도 매장가보다 오히려 더 저렴하게 설정해놓는 사장님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민은 애초에 정액제로 시작한 서비스다. 과거 쿠팡이츠 정률제가 마음에 안 들면 배민만 이용하는 업주가 많았다”며 “하지만 배민이 이제 와서 정률제인 배민배달만 우대하다 보니 자영업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불만이 급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쟁점 3. 배달 가격, 통일해야 할까

매장·타사 가격과 맞추라는 배달 앱 요구

논란은 있지만 업주가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달리하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는 안 된다. 음식 가격을 결정하는 건 자영업자 고유 권한이다.

최근에는 배달 플랫폼이 도리어 업주에게 가격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최혜 대우 요구’라고 한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업주에게 매장 가격, 나아가 타사 앱과 같은 가격으로 배달 판매가를 설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할 경우 배민클럽 이용을 못하게 하거나 쿠팡 와우 배지를 박탈하는 등 불이익이 갈 수 있다고 소개한다.

배민은 올해 7월부터 ‘매장과 같은 가격’ 배지를 붙이는 정책을 실시했다. 배달 음식 가격이 매장보다 비쌀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오히려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주가 배달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장 판매가를 배달 가격에 맞춰 올리는 형태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최근 입점 점주에게 “배민 가게배달 수준으로 배달 가격을 통일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 불만은 극심하다. 정액제로 수수료 부담이 낮은 가게배달 가격과 쿠팡이츠 정률제 배달 가격을 맞춰달라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가격 결정 권한을 가진 업주에게,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가격 변경을 요구하는 건 공정거래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며 “플랫폼마다, 또 배달 방식마다 수수료율이 다 다른 상황에서 업주에게 동일 가격을 요구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8호 (2024.10.02~2024.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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