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배달 경쟁 부작용 '최혜 대우 요구'…배민·쿠팡이츠 책임돌리기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1위 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을 대상으로 공정행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츠가 먼저 시작한 행위라며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무료배달 이후 외식업주 비용 부담 증가
플랫폼 기업의 최혜대우 요구는 자사 플랫폼 내에서 거래되는 상품·서비스 가격 등 거래조건을 경쟁사보다 유리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다. 보통 시장 점유율이 높은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최혜대우 요구를 사실상 강제해 문제가 된다.
배달 플랫폼 시장은 우아한형제들(60%), 쿠팡이츠(20%), 위대한상상(16%) 등 3사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수요가 높아지며 수많은 외식업장이 배달 플랫폼에 의존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최혜대우 요구 논란의 시발점은 무료배달 경쟁이다. 지난 3월 말 쿠팡이츠는 쿠팡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곧이어 경쟁사들도 이를 따라했다. 우아한형제들은 5월 무료배달 구독제인 '배민클럽'을 시행했다.
무료배달은 배달 플랫폼 이용자 증가 효과를 낸 반면,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를 야기했다. 무료배달이 시작된 뒤 배달 기업들은 멤버십 가격이나 중개수수료율을 올렸다. 쿠팡은 올해 4월 쿠팡 와우멤버십 가격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우아한형제들은 7월 중개이용수수료를 음식 가격의 6.8%에서 9.8%로 높였다. 이전부터 수수료율 9.8%를 책정한 쿠팡이츠와 같은 수준까지 올린 것이다.
중개수수료가 인상되면서 외식업주의 부담이 커졌다. 소비자의 주문 금액 중 9.8%는 배달 플랫폼 중개수수료, 3%는 카드수수료로 지불하게 됐다. 외식업주 입장에서는 음식 가격의 약 13%를 각종 수수료로 제한 뒤 사례에 따라 배달비를 약 2900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외식업 시장에서는 일종의 자구책으로 매장 이용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더 높이 책정하는 '이중 격제' 가게가 생겼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최종 결제 가격이 오르는 결과가 나타났다. 우아한형제들을 공정위에 신고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은 자사 플랫폼에 들어온 업주에게 타사보다 가격을 높이지 못하도록 요구했다. 불만을 가진 소비자의 이용중단을 막기 위해 최혜대우를 요구한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가 초래한 기형적 시장 경쟁 탓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가 조사를 벌이자 쿠팡이츠가 시작한 기형적인 시장경쟁으로 생긴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업주에 대한 최혜대우 요구는 지난해 8월경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쟁사는 쿠팡이츠를 가리킨다.
우아한형제들의 주장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10% 할인을 제공해 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배달비나 음식 가격을 타사보다 높게 책정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한순간에 점유율 순위가 바뀔 수 있는 플랫폼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는 이에 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쿠팡이츠는 자사 뉴스룸에서 "타사는 요금제 변경, 포장수수료 유료화, 중개수수료 인상 등으로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밝히며 우아한형제들을 지적했다.
Copyright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상은 기자 eu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