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vs쿠팡이츠"…한국서 싸우는 독일과 미국 기업, 피해는 국민만
부딪히는 배민과 쿠팡이츠
30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최혜대우 의혹을 받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입장문을 내고 "업주에 대한 최혜대우 요구는 지난해 8월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경쟁사는 쿠팡이츠를 가리킨다. 최혜대우는 음식가격과 할인혜택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입점 업체에 강요한 것을 말한다. 이어 "경쟁사는 당시 멤버십 회원 주문에 10%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업주들에게 타사 대비 메뉴 가격이나 고객 배달비를 더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고객 대상 쿠폰 등 자체 할인 역시 타사와 동일하게 맞추도록 했다"면서 "올해 3월 말부터는 멤버십 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도입하면서 최혜대우 요구를 이어갔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배민이 최혜대우를 두고 쿠팡이츠를 걸고넘어졌지만, 두 회사는 앞서 이중가격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도 충돌한 바 있다. 지난 24일 쿠팡이츠가 자사 뉴스룸에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에 따른 고객부담 배달비를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면서다. 쿠팡이츠가 "자사는 고객 배달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으며 배달비와 이중가격제는 특정 업체의 문제"라며 최근 배달 수수료율을 9.8%(기존 6.8%)로 올린 배민을 저격하자, 다음날 배민은 "타사와 동일한 자체배달 상품인 배민배달은 현재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 배달팁을 당사에서 부담한다"며 "업주가 내는 중개이용료는 9.8%이고, 업주 부담 배달비는 2900원(서울 기준)으로 모두 경쟁사와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뿌리는 모두 외국, 국부유출 우려도
배달 수수료 증가와 이중가격제 확산, 이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 가중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양측이 책임전가를 반복하면서 피해자는 있지만 죄인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두 기업 모두 외국에 모기업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거둔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부유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배민은 2019년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고, 쿠팡이츠를 소유한 쿠팡의 모기업 쿠팡아이앤씨는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투자한 만큼 배당으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막을 도리는 없으나, 과점 시장에서 불공정행위와 관련한 잡음이 지속되는 데다 이중가격제 등 물가 상승을 유발하며 얻은 이익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배민은 점유율 60%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시장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위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책임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이익 규모 역시 압도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 늘어난 6999억원, 쿠팡이츠는 450% 개선된 77억원으로 집계됐다. 쿠팡은 아직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대부분의 재원을 재투자하지만, 배민의 경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 DH가 배민 인수 이후 처음으로 412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기 때문이다. 이는 2022년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4241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DH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4억유로(약 6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배민 배당금으로 벌금을 충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의민족은 시장을 주도하는 지배적 사업자인데도 책임을 떠넘기며 상생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자영업자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보내는 것도 비윤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