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차등 수수료' 상생안, 정부·배달앱·입점업체 모두 만족시킬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배달앱 상생협의 논의와 관련해 “상생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등 추가적인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배달 수수료 인하 압박에 나선 가운데,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의체)에 입점업체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인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6일 오전 한국방송(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10월까지 상생협의체 결론이 안 나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최혜대우 요구’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배달앱이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매장과 배달 가격이 다른) 이중 가격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 중”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배달앱-입점업체 간 상생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율을 인상하며 공론화된 이른바 배달앱 ‘갑질’ 문제를 해결할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다섯번이나 열린 회의에도 유의미한 진전 없이 사회적 갈등이 커지자, 한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4일 대통령실 역시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공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상생협의체에 ‘차등 수수료안’을 제출했다. 배달앱 내 매출액별로 구간을 정해, 매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하위 입점업체에게는 현행(9.8%)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연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신용카드 업계의 ‘우대수수료’를 차용한 것으로,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단체가 쿠팡이츠에 제안한 방식과도 유사하다.
관건은 다른 배달앱 업체들의 호응 여부다. 강제성 없는 자율기구인 상생협의체 특성상 배달앱 업체들이 모두 동의한 수수료 인하안이 마련되어야 실질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2위인 쿠팡이츠는 차등 수수료안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논의가 구체화한다면 배달앱 3사가 함께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오는 8일 예정된 6차 상생협의체 회의가 배달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9.8%’의 수수료율 상한이 유지된다면 최근 배달음식값을 매장음식값보다 비싸게 받는다거나, ‘배민 주문 보이콧’ 등에 나선 대형 프랜차이즈와 입점업체의 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차등 수수료안대로라면 상당수의 매출액 상위권 가게들은 수수료를 그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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