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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배달앱·식당·소비자의 상생

한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7100원에 먹을 수 있는 불고기버거 세트를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하려면 8400원을 내야 한다. 배달 앱들은 무료 배달을 확대했다고 자랑하지만, 소비자들은 배달비 대신 음식값을 더 내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서울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 등 34개 음식점을 표본조사한 결과 60%가 매장 판매가와 배달 앱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있었을 정도로 '이중 가격'은 일반화됐다.

배달 수수료 논란이 거세진 것은 업계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지난 8월 중개 수수료를 기존보다 3%포인트 높은 9.8%로 인상하면서부터다. 업계 2위 '쿠팡이츠'도 2022년부터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9.8%)로 전환했다. 배달 앱들은 시장 경쟁 심화로 수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자영업자들은 과도한 배달 수수료 탓에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7월 출범한 배달 앱과 입점 업체 간 상생협의체가 수수료 인하라는 결실을 보지 못하자, 대통령실에서 수수료 상한제 검토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상생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등 추가적인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결국 배민은 매출 하위 입점 업체의 수수료율을 깎아주는 차등 수수료 도입 방안을 꺼내 들었다. 8일 열릴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배달 앱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음식 배달이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자영업자들의 시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입법 대신 자율 규제를 권장하는 것도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받고, 그로 인한 가격 인상 부담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배달 앱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배만 불리려 한다면, 결국 규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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