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기사 배달료 미정산한 '만나플러스', 고용·산재보험료도 체납

배달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를 통해 일했던 배달기사 허원석(37)씨는 지난 6월부터 일을 하고도 제때 돈을 받지 못했다. 만나플러스 앱을 개발·운영하는 ‘만나코퍼레이션’이 갑자기 배달료 출금 액수를 제한하면서다. 허씨는 “내가 일해서 번 돈인데, 갑자기 출금 제한을 걸어 황당했다”며 “이마저도 매일 출금이 안 돼 한달에 20일은 돈을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다른 배달대행업체로 옮겼지만, 현재까지도 80만원이 묶여 받지 못했다.

‘배달판 티몬·위메프 사태’라고 불리는 만나플러스의 ‘미정산’ 사태가 넉달 동안 해결되지 못하면서 해당 플랫폼을 통해 일한 배달기사, 지역별 총판(배달대행업체)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만나코퍼레이션 누리집을 보면, 소속 배달기사가 3만3천여명에 이르는데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배달라이더의 고용·산재보험료도 21억여원이나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나코퍼레이션은 중소 지역배달대행업체와 음식점에 배달 플랫폼 프로그램(만나플러스)을 공급한다. 음식점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을 요청하면, 배달대행업체가 배달기사에게 배달을 중개한다. 음식점은 배달료를 선불로 만나플러스에 예치해두는데, 배달대행업체 몫을 제한 나머지 배달료는 배달기사 계정에 쌓인다. 원래는 배달기사가 언제든 출금할 수 있었지만, 지난 6월부터 하루 정산 한도가 10만~30만원으로 제한됐다. 배달기사뿐만 아니라 배달대행업체와 음식점도 돈이 묶여 있다. 만나플러스 피해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미정산 금액이 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만나코퍼레이션은 배달기사의 고용·산재보험료도 체납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만나코퍼레이션이 체납한 고용·산재보험료는 지난 5~9월 21억3천만원에 달했다. 만나코퍼레이션은 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따라 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가 납부할 고용·산재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야 하는데, 배달료를 지급하면서 보험료를 사전 공제해 놓고도 체납하고 있는 것이다.

만나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데다 투자 유치 등이 원활하지 않아 출금 제한이 이뤄졌다”며 “만나플러스 소속 배달라이더, 지사(총판)의 미정산금은 해결하고 있고, 체납된 고용·산재보험도 현재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나플러스를 이탈한 배달라이더 등의 미정산금을 30억원으로 추산하면서 “해결 방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만나플러스 비대위는 이달 중 조양현 만나코퍼레이션 대표 등을 사기와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라이더유니온지부는 “만나플러스 사태는 배달 플랫폼에 대한 아무런 규제와 관리가 없어 벌어진 것”이라며 “배달 플랫폼 업체 등록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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