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민·쿠팡, 자율규제 한다더니…제대로 안 하거나 '꼼수'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 규제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업체가 규제안에 대한 자체 이행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거나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1∼2차 배달 플랫폼 분야 자율규제 방안 이행점검 총괄표’를 보면, 배민은 지난 1월 ‘이용요금, 수수료 등 입점 업주에게 중요한 계약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그 변경 이유를 이용 사업자에게 알리기로 한다’는 항목에 이행했다는 표시로 ‘O’를 적어 공정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배민은 김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엔 “이번 수수료 9.8%로의 인상에 대해 입점업체 단체(전국가맹점주협의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알린 적은 없고, 정부가 운영하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내용을 공유한 적은 있다”라고 밝혔다. 이행점검표의 내용과 김 의원실에 보낸 답변 간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행점검표 작성 부실은 쿠팡이츠에서도 확인된다고 김 의원실은 강조한다. 쿠팡이츠는 지난 1월 공정위에 제출한 이행점검표에 자사 이용약관 11조를 들며 ‘입점 업체들에 대금 정산주기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고지한다’는 항목에 ‘O’를 표시했다. 문제는 약관에 정산주기 내용 뿐만 아니라 판매자에게 불리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이 약관 11조에는 ‘판매자의 행위, 계약 이행 등이 거래 취소, 청구, 분쟁 또는 본 약관, 이용정책 등의 위반을 야기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또는 회사, 고객 또는 제3자에게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회사는 판매자에게 그에 대한 금전적 보장 등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 쪽은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이행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점검하는 주체는 기본적으로 사업자와 소상공인 단체”라며 “현재 공정위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본적인 내용으로 자율규제안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그것마저 지키지 않는 현실”이라며 “이는 자율규제가 얼마나 허울뿐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불공정 거래행위를 실질적으로 규제할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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