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에선…"金보좌관 쿠팡 갔대요"
"업무 강도가 너무 높다 보니 기회가 되면 일을 그만두고 사기업으로 옮겨가는 보좌진이 많아요. 저도 억 단위 연봉을 준다는 한 플랫폼 기업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A의원실 보좌관)
서울 여의도에서 보좌관들의 '국회 탈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사들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높은 연봉, 직업 안정성 등을 앞세워 국회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17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9년~올해 9월) 국회 4급 이상 공무원 중 287명이 타 직종으로 이직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35명, 2020년 52명, 2021년 59명, 2022년 48명, 2023년 48명이 이직했고 올해도 1~9월 45명이 국회를 떠나 사기업, 법무법인, 병원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중 국회 공무원이 가장 많이 새로 둥지를 튼 곳은 쿠팡이었다. 최근 6년간 총 7명이 쿠팡으로 이직했다. 카카오 관련 계열사로 이동한 국회 고위직도 6명에 달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18명이 '네카쿠배'라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등과 관련 계열사로 이직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3명, 2021년 4명, 2022년 6명, 2023년 1명, 2024년 4명 등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1명당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비서관 2명, 6·7·8·9급 비서관 각각 1명, 인턴 1명 등을 고용할 수 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회 보좌직원은 총 2363명, 인턴은 272명으로 집계됐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보좌진 중 4급 보좌관보다 5·6급 비서관이 더 많이 이직하고 있기에 실제로 플랫폼 기업 등 민간으로 이직한 사람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의 플랫폼 기업행이 이어지는 것은 사기업과 상호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기업 이직 후 주로 기업의 대관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보유한 국회 인맥을 바탕으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의 제·개정을 돕거나 업계 현장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국회의 권한이 갈수록 커지면서 여의도 풍향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대국민 접점이 많아 국회로부터 관심도가 높은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국회 출신 인력 영입에 나서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법안과 규제가 생기는데, 이를 잘 방어하지 않으면 경영상 치명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관련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고 전문적 지식과 네트워크가 있는 분을 모셔 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과 휴식을 고려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된 것도 보좌진의 기업행이 늘어난 것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좌진의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지만, 담당 의원실과 국회 일정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수석보좌관 이 모씨는 "국정감사, 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국회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이 허다하고 평소에도 휴일근무와 야간근무가 잦은 편이라 공무원임에도 워라밸을 지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담당 의원이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정치 상황에 따라 직위를 내려놓으면 다른 의원실을 찾아 떠나야 하는 직업의 불안정성도 보좌관들의 이직을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다.
국회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 사이에서도 플랫폼 기업으로 이직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올해 8월) 전체 4급 이상 공무원 중 51명이 네카쿠배 및 관련 계열사로 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쿠팡 이사가 되고, 검사가 쿠팡 전무가 되고, 경감이 쿠팡 부장이 되는 식이다.
플랫폼사가 보좌진 및 고위 공무원 인사를 흡수하는 현상이 계속되면 국회·정부의 인재 손실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은 "공직의 사명감만으로 민간의 워라밸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라는 건 알지만, 인재 유출이라는 측면에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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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서 보좌관들의 '국회 탈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사들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높은 연봉, 직업 안정성 등을 앞세워 국회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17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9년~올해 9월) 국회 4급 이상 공무원 중 287명이 타 직종으로 이직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35명, 2020년 52명, 2021년 59명, 2022년 48명, 2023년 48명이 이직했고 올해도 1~9월 45명이 국회를 떠나 사기업, 법무법인, 병원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중 국회 공무원이 가장 많이 새로 둥지를 튼 곳은 쿠팡이었다. 최근 6년간 총 7명이 쿠팡으로 이직했다. 카카오 관련 계열사로 이동한 국회 고위직도 6명에 달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18명이 '네카쿠배'라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등과 관련 계열사로 이직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3명, 2021년 4명, 2022년 6명, 2023년 1명, 2024년 4명 등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1명당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비서관 2명, 6·7·8·9급 비서관 각각 1명, 인턴 1명 등을 고용할 수 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회 보좌직원은 총 2363명, 인턴은 272명으로 집계됐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보좌진 중 4급 보좌관보다 5·6급 비서관이 더 많이 이직하고 있기에 실제로 플랫폼 기업 등 민간으로 이직한 사람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의 플랫폼 기업행이 이어지는 것은 사기업과 상호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기업 이직 후 주로 기업의 대관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보유한 국회 인맥을 바탕으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의 제·개정을 돕거나 업계 현장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국회의 권한이 갈수록 커지면서 여의도 풍향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대국민 접점이 많아 국회로부터 관심도가 높은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국회 출신 인력 영입에 나서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법안과 규제가 생기는데, 이를 잘 방어하지 않으면 경영상 치명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관련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고 전문적 지식과 네트워크가 있는 분을 모셔 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과 휴식을 고려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된 것도 보좌진의 기업행이 늘어난 것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좌진의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지만, 담당 의원실과 국회 일정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수석보좌관 이 모씨는 "국정감사, 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국회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이 허다하고 평소에도 휴일근무와 야간근무가 잦은 편이라 공무원임에도 워라밸을 지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담당 의원이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정치 상황에 따라 직위를 내려놓으면 다른 의원실을 찾아 떠나야 하는 직업의 불안정성도 보좌관들의 이직을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다.
국회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 사이에서도 플랫폼 기업으로 이직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올해 8월) 전체 4급 이상 공무원 중 51명이 네카쿠배 및 관련 계열사로 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쿠팡 이사가 되고, 검사가 쿠팡 전무가 되고, 경감이 쿠팡 부장이 되는 식이다.
플랫폼사가 보좌진 및 고위 공무원 인사를 흡수하는 현상이 계속되면 국회·정부의 인재 손실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은 "공직의 사명감만으로 민간의 워라밸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라는 건 알지만, 인재 유출이라는 측면에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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