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한국사회투자 스타트업 스케일업 2/2
스타트업 경영 활동은 크게 돈을 버는 과정과 돈을 쓰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기고에서는 스케일업 단계의 스타트업이 돈을 쓰는 과정에 속하는 인사, 조직문화, 거버넌스 등을 살펴보았다. 이번 기고에서는 돈을 버는 과정, 즉 전략, 매출, 재무, KPI 등의 요소를 다루고자 한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거의 없는데, 이는 R&D, 수익 모델의 시장 검증, 제품 및 서비스 출시 등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케일업 단계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스타트업의 가치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기업이 크게 성장하면 고정자산과 지적재산권(IP) 등 유무형 자산이 가치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과거 가치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관리가 핵심적인 요소다. 업종이나 시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상관관계가 있다. 그래서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이 단계부터는 '파이프라인'이라고 부르는 고정적인 매출처가 필요하다. 파이프라인은 한 번 구축되면 꾸준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의 약 50%가 파이프라인 매출로 구성된다면 해당 기업의 매출 규모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매출처가 한 곳에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쉽지는 않겠지만, 매출처를 다양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특정 매출처에 문제가 발생해도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초기에는 단순한 배달 서비스 중개 플랫폼에 불과했지만, 자체 배달원인 '배민라이더스'를 도입하면서 안정적인 매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매출처 다양화뿐만 아니라 매입처의 다변화도 중요하다. 유통업에서는 상품 매입처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한 매입처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매입처에서 상품을 조달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도 핵심 원자재의 조달은 복수의 거래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능성 속옷 시장의 강자인 스타트업은 원자재를 독점 공급하던 거래처가 화재로 문을 닫으면서 사업 실패 직전까지 간 사례가 있다. 이러한 사례는 매입처 다변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사업이 안정화되면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항목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항목들을 주기적으로 잘 관리하면 안정적인 영업이익과 매출 증대를 이룰 수 있는데, 이러한 핵심 요소들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한다. 스케일업 단계의 스타트업은 자사 사업모델에 적합한 KPI를 도출하고, 이를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B2C e-Commerce 플랫폼의 경우, 자주 사용되는 KPI로는 유료 회원 수, MAU(월간 활성 고객 수), 재구매율, CAC(고객 획득 비용), 평균 주문 금액, 고객 평생 가치(LTV) 등이 있다.
소프트웨어나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의 경우, MRR(월간 반복 수익), 고객 이탈률, 고객 획득 비용 등이 중요한 KPI로 여겨진다. 매장을 보유한 유통 기업에서는 재고 회전율, 매장당 매출, 고객 유지율, 고객 단가 등이 핵심 관리 요소로 중요하다. 제조 및 생산 기반 기업의 경우에는 설비 가동률, 출하량, 불량률, 생산 원가, 재고 회전율 등이 주요 관리 항목으로 꼽힌다. 전문 인력을 중개하는 기업이라면 전문 인력 수, 인당 기여 수익, 고객 만족도 등이 핵심 관리 요소가 된다.
스케일업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재무 및 자금 관리 역시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회사의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도록 레버리지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대출 및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외부 자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차입은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며, 영업이익의 30% 정도는 원리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차입 규모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도한 차입금은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흑자 도산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필자가 이전 기고에서 여러 차례 재무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듯이, 특히 향후 3년간의 월별 현금흐름표와 손익계산서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
또한 이 단계에서는 예산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사업 규모와 경영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예산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지만, 스케일업 단계에 들어서면 각 팀별로 예산을 수립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예산 내에서 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관리의 장점은 제한된 자금을 우선순위에 따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금 사용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축적된 예산 및 실적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의 예측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시리즈 단계의 투자로 인해 투자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단계의 투자자를 엑시트(Exit)시키거나, 향후 IPO나 M&A를 이끌어 줄 리드 투자자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금 조달 방법으로는 투자와 차입이 있지만, 두 가지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출이나 전환사채(CB)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져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투자에만 의존하면 외부 경영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과 경영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처럼 상세한 원가 회계를 도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스케일업 단계부터는 기본적인 원가 관리가 시작돼야 한다.
고정비(판매관리비)와 변동비(매출원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원가회계의 출발점이다. 원가의 구성 요소는 회사의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제품 개발 및 연구 과정에서 확보된 지적재산권(IP)과 같은 무형자산도 측정하여 자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케일업 단계에서 무형자산을 자산화하지 않으면, 회사가 성장하고 추가 투자를 받거나 가치 평가를 받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사업 전략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 시기부터는 고객을 더욱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요구사항과 구매 및 행동 패턴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과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 고객 유지율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마존, 쿠팡, 카카오와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스케일업 단계에서 맞춤형 고객 관리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울러, 고객 경험과 피드백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 시기에 얻는 고객 피드백은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시장 확장은 스케일업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다양한 사업 파트너와의 협업 전략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건설사 및 부동산 개발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부동산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여 고객 충성도를 향상시켰다. 또 다른 사례로, 토스와 뱅크샐러드는 서로 협업해 양사가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얻었다. 토스는 고객 기반을 확장했고, 뱅크샐러드는 토스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
태양광 패널 청소 로봇 스타트업인 리셋컴퍼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건설 인력 중개 플랫폼인 가다는 하나금융그룹과의 제휴를 통해 대형 건설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금융 서비스 분야로 고객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대기업 및 다른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 만족을 향상시키는 고객 서비스 경험을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또한 이러한 협업은 서비스 확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과 같은 신규 시장 개척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제공한다.
스케일업 단계는 스타트업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단계에서는 외형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뿐만 아니라 내부 역량이 강화되면서 고속 성장 기반이 마련된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소기업으로 남을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갈림길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수익에 연관성이 있는 KPI를 꼼꼼하게 관리하고, 자금 흐름과 조달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고객서비스를 맞춤형으로 고도화하고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시작(Start)도 중요하지만, 성장(Up)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결실의 계절에 많은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스케일업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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