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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이 유독 욕먹는 이유는…독점 지위로 점주 선택권 '박탈'

모두가 등 돌렸다…배민, 어쩌다 여기까지 [스페셜리포트]




배달 앱 3사는 비슷한 중개 수수료 정책을 쓰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배달 매출의 9.8%, 요기요는 9.7% 수수료를 떼어간다.

그런데 자영업자 등 배달 시장 이해관계자 비난의 화살은 유독 배민에 몰려 있다. 가장 주된 이유는 ‘독점적 지위 남용’ 의혹이다. 지금까지 배민이 자사 수수료 제도를 바꿔온 일련의 과정이 분노를 키웠다. 처음에는 낮은 수수료를 통해 자영업자 배민 의존도를 높여놓고,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이후 수수료를 올려버린 행보에 대한 비판이다.

배민이 그동안 수수료 제도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그 역사를 되짚어보면 자영업자 불만이 이해가 간다.

배민 최초 과금 방식은 ‘울트라콜’이라고 불리는 정액제다. 월 8만8000원을 지불해 이른바 ‘깃발’을 꽂으면 특정 지역 내 이용자에게 가게를 노출해주는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깃발을 여러 개 꽂을수록 노출 빈도가 커진다. 정액제 수수료인 만큼, 배달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지불해야 할 액수는 고정돼 있다. 점주 입장에서는 월 1000만원을 팔든 1억원을 팔든 8만8000원만 지불하면 됐다. 적극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는 점주는 5개 이상, 많게는 10개 넘는 깃발을 꽂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배민이 정률제 상품인 ‘오픈리스트’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픈리스트는 수수료 부담이 크지만, 울트라콜만 이용하는 가게보다 더 상위에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이 변경됐다. 정액제 수수료에 만족해 배민을 이용하던 점주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초에는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이 더 커졌다. 배민이 ‘배민1플러스’라는 새 정률형 요금제를 내놓으면서다. 기존과 달리 배민이 자체 운영하는 ‘배민 라이더’가 직접 배달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고정한 것이 수수료 부담을 더 높였다. 서울 지역은 최대 2900원, 부가세를 포함하면 3190원을 배민 직속 라이더에게 낸다. 새 요금제 도입 전에는 음식점주가 소비자와 배달비 부담을 나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배달비 부담이 크면 배달 팁을 1000원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를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식이다. 반대로 홍보 효과를 높이고자 할 때는 모든 배달비를 자신이 내고 소비자는 무료로 배달을 받아보는 것도 가능했다.

문제는 배민1플러스가 나온 직후, 여기 가입하지 않은 점주 매출이 큰 폭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점이다. 배민1플러스에 가입한 매장을 검색 시 우선 노출해주고 배달 앱 구성도 배민1플러스에 유리하도록 설계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최근 이용자 선호가 높은 ‘무료 배달’은 배민1플러스 가입자에게만 제공한다. 점주 입장에선 선택지가 또 하나 사라진 셈이다.

점주는 “배민1플러스 가입을 사실상 강요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배달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한 자영업자는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큰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구조”라며 “배민 의존도를 높여놓고 뒤통수를 친 꼴이다. 배달로만 장사를 운영해온 내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을 견딜 수 없고, 도저히 다른 선택지가 없어 결국 폐업 처리했다”고 말했다.

배민 점주가 상위 노출을 위해 추가 가입해야 할 광고 상품은 또 있다. ‘우리가게클릭’이라는 상품이다. 최상위 노출을 해주는 대신, 이용자가 광고를 보고 가게를 클릭할 때마다 최대 600원까지 비용이 차감되는 구조다. 가게 클릭 후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광고비는 빠진다. 서울에서 불닭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배민에서는 언제든지 신청하고 해지할 수 있는 부가 상품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실상은 더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출혈 경쟁을 유발하는 시스템”이라며 “배민이 우리가게클릭 광고를 이용할 업주를 직접 결정하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점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늘어난 수수료 부담뿐 아니라, 선택지를 강제하는 배민 행태에 분노한 결과”라고 말했다.

점주 곡소리에도 배민 ‘모른 체’

수수료 올리고 “음식값 먼저 낮춰라”

배민에 비난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점주 불만을 모른 체하는 ‘안하무인’ 태도라는 의견도 나온다. 배민은 정부가 수수료 조정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출범한 이후 오히려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하는 결정으로 원성을 샀다. 공정위 신고를 예고한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도 “납득할 만한 조정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하며 신고를 미뤄달라고 요청해놓은 후, 이어진 회의에서 수수료와 관련된 어떤 안건도 내놓지 않는 등 모르쇠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배민이 내놓은 ‘차등 수수료’ 제안도 업계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이다. 배민은 배달 앱 매출액 기준 상위권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은 9.8%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다른 점주에게는 매출액별로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상생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배달 매출이 적을수록 수수료를 적게 내도록 바꾸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배민 측에서 “점주가 음식값을 내려야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부분이다. 점주가 음식 가격을 1000원 내리면 수수료율 6.8%를, 1500원일 땐 4.9%를 각각 적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점주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기존 중개 수수료율 9.8%에선 점주가 2만원짜리 음식 주문을 받으면 중개 수수료로 1096원(부가세 별도)을 내야 했다. 하지만 배민 제안대로 점주가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 중개 수수료는 6.8%가 적용돼 600원을 덜 내지만, 1000원 할인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400원 손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달 장사를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라는 건 난센스”라며 “애초에 배달 비중이 적은 매장은 수수료 인하 효과를 거의 못 본다. 기존보다 퇴행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등 수수료가 도입되면 시장 혼란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동일한 프랜차이즈 업체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배달 앱 내에서 가게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민 측이 제시한 차등 수수료까지 도입되면 가격 체계의 복잡성이 더 커져 소비자 혼란이 더 커진다”며 “현재 배달 플랫폼 기업 실적이 최고점을 찍는 만큼, 점주와 소비자가 떠나지 않도록 수수료를 낮추고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 모델 마련에 매진해야 한다”고 들려줬다.

[나건웅·반진욱·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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