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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외치던 '힙'한 기업의 변질…대기업·스타트업 단점만 골고루

모두가 등 돌렸다…배민, 어쩌다 여기까지 [스페셜리포트]




배민에 대한 여론 악화 요인으로 ‘조직문화의 변질’을 꼽는 이가 적잖다. 스타트업 특유의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대기업처럼 ‘안정적인 수익’만 원하는 회사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타트업 시절 ‘주먹구구’ 식으로 일하는 문화는 변치 않았다는 진단이다.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조차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단점만 골고루 갖춘 회사’가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이후부터 우아한형제들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9년 독일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는 4조7500억원을 들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당시에는 국내 스타트업이 5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적인 거래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우아한형제들 실적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2년 마침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더니 2023년에는 7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까지 달성했다.



기쁨도 잠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기대했던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어느새 ‘혹’으로 전락했다. 잘나가던 우아한형제들과 달리 딜리버리히어로는 역대급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시장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에만 3조4159억원 순손실을 냈다.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유의미한 실적을 낸 곳은 한국 시장이 유일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시장 매출 의존도는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부 유출 논란도 불거졌다. 현금이 급한 모기업을 위해, 배민은 모기업인 우아DH아시아에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배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돈 나올 구석이 사실상 우아한형제들밖에 없는 탓에,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에 ‘수익중심주의’ 전략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민만의 독특한 브랜딩 전략, 광고 등은 사라지고 수수료 장사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수수료 인상, 유료 멤버십 등 수익성을 높이는 정책만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반면 ‘치믈리에 자격증’ 등 배달의민족을 상징하던 ‘B급 마케팅’은 자취를 감췄다. 배민다움은 사라지고 숫자만 바라보는 현재 경영 전략에 내부 직원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각종 브랜딩 프로젝트도 줄이는 것으로 안다. 회사의 강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라며 “올해 7월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전 대표가 교체된 배경에도, 모기업이 요구한 수수료 인상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돈다”고 설명했다.

C레벨급 임원 교체는 우아한형제들 경쟁력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이후, 배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봉진 창업자를 비롯한 1세대 임원이 줄줄이 회사를 나갔다. 현장 전문가 빈자리에는 컨설턴트 출신 인사가 중용됐다. 이국환 전 대표, 반데피트 현 임시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아한형제들 내부 직원은 “유통 산업 경험이 없는, 숫자만 보던 이들이 대거 들어왔다. 현업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정책을 따르기만 원한다”며 “잘못된 결정에는 반대 의견을 내야 하는데, DH가 지시하면 무조건 따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나건웅·반진욱·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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