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번 회의해서 소득이 수수료 1% 인하뿐…시간만 날린 자율규제
올해 자율규제 협의체 약 23회 회의
합의한 건 숙박앱 '1% 인하'뿐
합의한 건 숙박앱 '1% 인하'뿐
플랫폼 갑을 문제를 ‘상생협의체’로 해결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규제 방침이 시간만 소모하고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 산하 갑을분과 협의체들이 추진한 회의는 약 23회다. 숙박앱 분야가 회의를 약 10회 진행해 가장 횟수가 많았고 배달앱과 모바일상품권 분야는 각각 8회, 5회씩 회의를 진행했다. 협의체들은 올해에만 회의실 임차료와 현수막·마이크 설치비 등 관련 비용으로 889만원을 사용했다.
막상 이들 중 합의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9월 출범한 숙박앱 분야 민관협의체뿐이다. 그마저도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발표된 합의안에는 야놀자·여기어때가 거래액 하위 40%인 영세 입점업체에게 각각 1년 6개월, 1년씩 수수료를 1% 포인트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안의 나머지 내용은 업계 관행 및 분쟁처리 절차를 개선하는 통상적인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 배달앱과 모바일상품권 분야 협의체는 아예 ‘공전’을 지속하고 있다. 모바일상품권 민관협의체는 지난 4월 출범 이후 치른 전체회의가 단 2차례에 불과하다. 수수료 인하 등 본격적인 논의에는 돌입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가맹점주 대표가 더딘 진도에 반발해 탈퇴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최근 배달앱 관련한 상생 협의에 주력하다 보니 (모바일상품권 분야는) 비교적 회의가 적었다”고 소홀함을 시인했다.
가장 주목도가 높은 배달앱의 난맥상은 더 두드러진다. 배달앱 분야 2위 사업자인 쿠팡이츠는 지난 23일 8차 회의에 이르러 처음으로 자체 상생안을 내놓았다. 수수료를 9.8%에서 5%로 낮추는 대신 입점업체와 배달 대행업체가 배달비를 재차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수수료 인하 폭 이상으로 배달비 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 업주들은 곧바로 퇴짜를 놨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7차 회의 때 거절당한 차등수수료 안을 이번에도 유지했다. 공정위는 뒤늦게 10월 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을 고려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동원한 상태다.
경쟁 당국이 자율규제를 고수하다가 입점업체와 플랫폼 간의 관계를 정립할 ‘골든 타임’만 날려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시장에서 수수료는 물론 최혜대우와 자사우대 등 다양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해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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