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배달앱·건기식…식품街 휩쓴 '빅블러' 바람
내수 경제가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식품업계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신사업 진출에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단순히 유사한 사업 카테고리만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화장품, 배달앱, 건강기능식품 등 다방면에서 인수합병(M&A)과기술개발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자로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사모펀드(PEF) SKS프라이빗에쿼티가 보유한 국내 화장품 개발 생산(ODM) 업체 비앤비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서영이앤티는 가공식품 도·소매업과 맥주 냉각기를 제조하는 종합 식품 기업이다. 그간 하이트진로에 맥주통과 냉각기 등 기자재를 납품하며 실력을 올려왔는데,주력 사업 경쟁 심화로 인해 뷰티 사업진출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다.
서영이앤티가 품에 안은 비앤비코리아는 달바, 메디큐브, 더마팩토리, 닥터 펩티 등 100여개의 굵직한 중소·신생 화장품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의 경우 442억원으로 전년 329억원 대비 34.3%(113억원)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6억원에서 70억원으로 52.2%(24억원) 늘었다. 올해는 매출 73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달성이 목표다.
계열사의 화장품 사업 진출 공식화를 통해 하이트진로그룹 역시 단순한 식품·주류기업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 선도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상그룹 자회사인 대상웰라이프도 최근 530억원을 들여 건강기능식품 기업 에프앤디넷의 지분 90%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원래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UCK파트너스와 개인 창업주주 2인이 보유하던 회사다.
대상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산모 및 영유아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에프앤디넷은 현재 국내 분만병원 채널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초기 사세 확장에 유리하다. 소아과·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에서도 3000개 이상의 거래처를 확보 중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배달앱 '노크(Knowk)'를 선보인 뒤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나가며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아직 서울시 강서구에 한해 시범테스트 중이긴 하지만, 지난 6월 출시 이후 총 13번의 애플리케이션 신규 버전을 내놓으며 꾸준히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 새로 도입된 서비스는 두 개의 가게 메뉴를 한꺼번에 주문할 수 있는 '모두배달'이다. 다시 말해 한 가게의 최소주문금액을 충족하면, 나머지 한 가게의 메뉴를 최소주문금액 조건 없이 배송받을 수 있다.
노크의 최대 강점은 주문 1건당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5.8%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평균 9.7~9.8% 수준인 배달의 민족, 쿠팡, 요기요보다 낮다. 소비자와 자영업자 양쪽에게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서비스 지역도 서울 강서구에서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식품업계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저성장의 국면에 들어서면서최소한의 마진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K-푸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연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가 내수 시장 과포화 문제로 향후 업계 간 경계가 흐트러지는 '빅블러' 현상은 계속해서 심화할 전망"이라며 "단순한 판매 품목 카테고리로는 과거의 영광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에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표방하며 문어발식 사업을 펼치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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