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구독 서비스…OTT만 8개, 쇼핑·생활·가전 등 전방위
구독에 지친 당신...오늘도 안녕하신가요 [스페셜리포트]
많아도 너무 많다. 구독 피로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은 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늘어난 유료 멤버십 개수다.
OTT 서비스 방고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포함한 구독형 비디오(84%)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음원 사이트(49%), 쇼핑 플랫폼(46%), 음식 배달(18%)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서비스를 제공 중인 OTT만 해도 8개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애플TV를 비롯해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시리즈온·왓챠 등이다. 중복되는 영상도 많지만, 저마다 플랫폼에서만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탓에 3~4개씩 구독하는 이도 적잖다. 영상을 제외한 온라인 콘텐츠 구독도 많다. 멜론·지니뮤직·플로 등 음원 스트리밍, 밀리의서재와 윌라 같은 전자책 서비스, 퍼블리·롱블랙 등 분야별 콘텐츠 멤버십 가격도 월 1만원에 육박한다.
금융·증권가에서도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곳이 많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신한 쏠증권 앱에서 유료 투자 정보 구독 서비스인 ‘분석플러스’를 선보였다. 현재 테마와 관련된 지표를 분석해주는 ‘테마 분석’과 수급 정보를 한곳에 모아서 분석해주는 ‘종목 분석’으로 구성됐는데, 해당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각각 월 5900원을 내야 한다. 유진투자증권도 구독형 투자 정보 서비스 ‘쏙쏙멤버십’을 월 3000원에, KB증권도 투자 정보 구독 서비스 ‘프라임클럽’을 월 1만원에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토스는 토스증권 등과 연계해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 캐시백, 토스페이 할인·적립 등 혜택을 주는 ‘토스프라임’을 월 5900원에 서비스한다.
쇼핑 멤버십도 한둘이 아니다. 쿠팡 와우(월 7890원), 네이버플러스(월 4900원),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연 3만원), 컬리멤버스(월 1900원), 11번가 우주패스(월 4900원) 등이 대표적이다. 개수가 많거니와, 저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분야가 워낙 다양해, 소비자 입장에서 득실을 따지려면 머리를 싸매야 한다. 배민클럽(월 3990원), 요기패스X(월 2900원) 등 배달 플랫폼 멤버십도 생겨났다.
구독 경제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오프라인 매장도 구독 열풍에 합류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0월 1일 새 유료 구독 ‘버디패스’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주목받았다. 월 9900원에 오후 2시 이후 음료를 30% 할인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최다 판매 품목인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할인폭(1350원)을 계산하면, 월 8잔 이상 마셔야 본전을 뽑는다. 하지만 오후 2시 이후라는 제한, 여기에 기존 신세계그룹 전체 유료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주요 혜택 중 하나가 스타벅스 음료 쿠폰이라는 점에서 서로 고객을 잠식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도 나온다. 커피빈코리아 역시 연회비 3만원 ‘오로라 멤버스’로 상시 10% 할인 혜택을 지난해부터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도 구독 경제에 뛰어들었다. 편의점 CU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에서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10여종 상품 카테고리 중 원하는 품목 월 구독료(1000~4000원)를 내면 정해진 횟수만큼 정기 할인을 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월 2500원짜리 ‘포켓CU 간편 식사’ 구독 상품에 가입하면 삼각김밥·햄버거 등 제품을 월 25% 할인해준다. GS25도 도시락·샐러드 할인(월 3990원), 카페 제품 할인(월 2500원) 같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유료 멤버십이 넘쳐난다. 이모티콘을 무제한 쓸 수 있는 카카오 이모티콘 플러스(월 3900원), 세탁·수거 플랫폼 ‘세탁특공대(월 5900원)’를 비롯해 ‘런드리고’ 역시 최대 13만5000원짜리 월정액 상품을 마련해놨다. 최근에는 챗GPT를 비롯해 문서 편집·번역·이미지 생성·보도자료 작성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서비스에서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추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록인 효과로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어느 순간 너도나도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며 “소비 전략을 철저히 세우는 소비자라면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자주 쓰지도 않는 서비스에 멤버십 비용만 추가 지출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피로감이 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건웅·정다운·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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