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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플레이션…유튜브, 한 번에 요금 42.5% '쑥'

구독에 지친 당신...오늘도 안녕하신가요 [스페셜리포트]




가뜩이나 구독하는 서비스가 많은데, OTT를 중심으로 구독료를 올리고 있어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중이다. 구독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인 ‘구독플레이션’이 신조어로 떠올랐을 정도다.

실제 구독료 부담이 한결 커졌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OTT 등 ‘온라인 콘텐츠 이용료’ 물가지수는 107.44로 2021년 9월(100.37) 이후 6.77포인트 올랐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를 조사하기 위해 458개 ‘대표 품목’을 대상으로 물가를 조사하는데, 이때 온라인 콘텐츠 이용료 가중치는 8이다. 국산 소고기(8.6)나 돼지고기(9.8) 가격과 비슷한 강도로 물가지수를 좌우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상폭은 훨씬 크다.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기존 1만450원이던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을 1만4900원으로 42.5% 인상했다. 유튜브가 구독료를 올린 것은 2020년 9월(8690원 → 1만450원) 이후 3년여 만이다.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도 9900원이던 구독료를 2년 만인 지난해 11월 40.4% 인상했다. 단일 요금제를 ‘스탠다드(9900원)’와 ‘프리미엄(1만3900원)’ 요금제로 개편하며 사실상 요금 인상에 나섰다. 넷플릭스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였던 베이직 요금제(월 9500원)를 없애고 광고를 보는 대신 가격을 낮춘 광고형 요금제(월 5500원)를 선보이기도 했다. 무광고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것은 스탠다드(월 1만3500원)다. 이전과 비교하면 4000원 오른 셈이다. 또 세대 외부에서 계정을 공유할 경우 기존 요금에 5000원을 추가하기도 했다.

국내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다. 쿠팡은 올해 8월부터 유료 멤버십이던 ‘와우 회원’ 멤버십 구독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했다. 2021년 12월 이전에는 2900원이었으니, 3년도 안 돼 구독료가 2.5배 가까이 오른 모습이다.

스트리밍 플랫폼 ‘숲(옛 아프리카TV)’도 오는 11월부터 구독료를 올리기로 했다. 구독 모델을 티어1·2로 나눠 개편하고 기존 티어1 구독료를 월 3300원(PC·웹 기준)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새로 선보이는 티어2는 월 1만4500원으로 책정했다.

대다수 구독제 서비스가 2~3년에 한 번씩 요금을 올리고 있고 인상폭은 두 자릿수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비싸면 구독을 해지하면 그만”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플랫폼에 ‘록인’돼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쉽지만은 않다. 앞서 2021년 쿠팡이 구독료를 72% 올릴 당시에도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오히려 늘었다. 2021년 900만명이던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해 1400만명으로 급증했다. 쿠팡이 전국 단위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등 시장을 장악하면서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소비자가 많아진 셈이다.

플랫폼마다 구독료를 인상하고 있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서비스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 없는데 소비자 지출만 늘었다는 지적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다은 씨는 “OTT는 영상 시청 시간을 일부러 늘리지 않으면 본전도 못 건진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배달 앱 멤버십 역시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에서 쓰고는 있지만,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멤버십을 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크 패턴’에 구독당하다

모르는 새 구독…환불 절차 까다로워



구독 경제가 피곤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다크 패턴(Dark pattern)’ 때문이다. 다크 패턴이란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하는 상술을 일컫는 용어다.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자동 결제를 진행하거나 구독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다크 패턴의 대표 사례다. 우리말로는 ‘눈속임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널리 사용되는 수법은 ‘무료 체험 뒤 유료 결제’다. 마케팅 명분으로 일정 기간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후 유료 결제로 넘어갈 땐 별다른 공지가 없거나 최종 결제 금액이 당초 안내와 다르게 책정되는 식이다. 유료 결제 취소 절차를 번거롭게 설정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실제 이와 관련 소비자 불만이 들끓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OTT 주요 6개사 관련 상담이 732건이었는데 그중 ‘계약 해제·해지와 위약금’ 관련 문의(47%)가 가장 많았다. ‘부당요금 결제 또는 구독료 중복 청구(28.9%)’ 문제가 뒤를 이었다.

이들 6개 OTT 모두 온라인으로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해지를 신청하면 사업자는 즉시 해지에 응하지 않거나,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서비스를 유지한 뒤 환불 없이 계약만 종료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가 잔여 대금을 환불받으려면 전화나 채팅 상담 등 별도 절차를 이용해야만 가능했고, 이마저도 신청하지 않으면 돌려받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통통신사와 다른 플랫폼이 협업해 내놓은 ‘결합 상품’도 혼란을 키운다. 모르는 새 서비스에 이중 가입될 소지가 많은데, 요금을 중복으로 납부하거나 계약 해지 후에도 요금이 청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OTT 업체 3곳은 과오납금 환불 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약관이 아예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시스템상 시청 이력이 6개월까지만 확인된다는 이유 등으로 환급 범위를 6개월로 제한하는 사업자도 있었다. 넷플릭스는 약관상 결제일로부터 7일이 지나면 중도해지나 잔여 대금 환불을 허용하고 있지 않았다.

또 다른 예로 쿠팡은 와우 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는 과정에서 지난 4월 중순~5월 초 상품 결제창에 회비 변경 등 문구를 넣고, 결제 버튼을 누를 때 멤버십 가격 인상에 무심코 동의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행위를 다크 패턴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고, 쿠팡은 즉시 고객의 동의 의사를 재차 확인하는 기능을 적용하며 문제를 시정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문제 의식이 높아진 덕분에 올 초에는 다크 패턴을 법으로 규제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쿠팡,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무료 서비스를 유료화하려면 14일 이전에, 정기 결제 금액을 올릴 땐 30일 이전에 소비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무료 체험으로 소비자를 꾀어내 결제를 유도하는 상술을 막기 위해서다.

다크 패턴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지만 업계에서는 한계점도 적잖다고 우려한다. 단적인 예로 과태료가 최대 500만원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태료가 지나치게 낮으면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다크 패턴 위법 행위 적발 당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과태료로 내도록 하는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건웅·정다운·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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