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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D+1000 '생명 라이더' 된 플루티스트

플루티스트 송솔나무 인터뷰
“배달하고 연주하고 모셔옵니다”
“짐승 같은 전쟁, 하루빨리 종식돼야”


플루티스트 송솔나무(48)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처음 만난 건 2022년 3월이었다. 폴란드행 항공권을 끊게 한 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도와달라”는 외침이었다. 폐허가 된 현장에선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돌보라”는 성경 말씀도 들려왔다고 한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그는 2년 넘도록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나들며 최전방 전선까지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50장짜리 미국 여권을 다 채워 새로 받은 지도 벌써 두 번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19일)을 앞두고 송솔나무 집사가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를 찾았다. 지난 15일 만난 송 집사는 2년 반에 걸친 구호 활동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줬다.

송 집사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사이 구호 물품 창고를 통해 전쟁 난민과 군인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창고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족’(Family of Christ)으로 우크라이나인 루돌프 목사가 리더다. 500평 규모의 창고에선 자원봉사자 300여명이 함께하고 있다. 송 집사의 주요 임무는 구호품 배달과 난민 구출인데 지난해부터 난민들이 플루트 연주자인 걸 알게 돼 일이 하나 더 늘었다고 한다. “배달하고 연주하고 모셔오고.” 송 집사는 물자 창고는 ‘일타삼피’ 사역의 장이라고 말했다.



물자 창고로 가는 후원품은 대부분 NGO에서 온다. 배달에 들어가는 차량과 유류비는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송 집사 역시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송 집사는 우크라이나에서 쓴 금액을 귀띔했는데 집 대출금을 갚고도 남을 돈이었다. 그는 “자녀들 학교도 국제학교에서 퍼블릭스쿨로 옮겼다”며 “몇백 불만 있어도 사람을 한 명 살릴 수 있는데 그 가치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개인이 감당하기엔 사역 규모가 커졌다고 생각한 그는 지난 5월 ㈔솔나무 재단을 창립하는 등 동역자들을 찾았다. 그는 “하다못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도 통조림이나 아이들 장난감 같은 물건을 보내주고 있다”며 “전후 복구는커녕 전쟁이 언제 끝날지조차 요원한 상황에서 국내 NGO와 교계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송 집사는 이달 말과 내년 1월 폴란드 통해 우크라이나에 또 들어간다. 이번엔 구호 활동과 함께 최전방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탈영할 상황을 비롯해 이들이 포로로 붙잡혔을 때 대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송 집사는 “독재 국가에 대한 방어”라는 생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에 나오는 양쪽 군인들은 대부분 힘없고 배경 없는 이들이다. 여행 가서 만났다면 친구가 될 수 있는 이들이 거기서는 짐승처럼 싸울 수밖에 없는 전쟁은 하루빨리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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