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여기는 텔아비브] 안방이 강철 방공호…아이언돔 뚫려도 '마마드'가 있다
이스라엘 가정용 방공호 체험기
‘마마드’(주거용 방공호)로 설계된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내 아파트의 침실 내부 모습. 두꺼운 철제 출입문이 설치돼 있고 벽에는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유선전화가 달려 있다. 오른쪽 사진은 철제 출입문을 닫은 모습으로, 문 위에 환풍구가 설치돼 있다. 환기 시설에는 생화학 공격이 발생했을 때 유독 물질을 여과할 수 있는 장치가 탑재돼 있다./김지원 기자
‘마마드’로 설계된 텔아비브 아파트 침실의 철제 창문을 닫은 모습. 하단의 개폐 장치 위에 히브리어로 사용법을 적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지원 기자
시내의 아파트에 머물던 지난 12일에도 헤즈볼라가 다시 미사일을 발사해 공습경보가 울렸다. 이번엔 집 밖으로 나가 공용 방공호를 찾는 대신 휴대전화와 노트북, 생수 한 병만 챙겨 침실로 들어갔다. 먼저 5㎝ 두께의 철문을 닫고 다시 안에서 일반 나무 문을 겹쳐 닫았다. 유리창을 열고 건물 외벽에 달린 강철 창문을 닫았다. 한 손으로 당기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웠다. 고리를 걸어 강철 창문을 창틀에 고정시킨 뒤 방 안에서 유리창까지 닫고 커튼을 내리니 침실은 완벽히 밀폐된 방공호로 변했다. 공습경보가 울리고 침실에 들어가 만반의 준비를 마치기까지 2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완벽히 밀폐된 3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수십 시간도 꼼짝 않고 버틸 수 있다. 숨을 쉬는 데도 문제가 없다. 벽에 설치된 환기 시스템으로 내부의 오염된 공기를 빼내고 외부 공기를 여과해 유입시키기 때문이다.
3년 전 지어진 이 아파트는 침실이 방공호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계약할 때 “미사일이 이 건물에 떨어져도 침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안전할 것”이라고 했던 집주인의 말이 생각났다. 건물이 무너져도 침실이 독립된 요새가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집집마다 있는 개별 주거용 방공호를 마마드(MAMAD)라고 한다. 마마드는 일반 방공호처럼 지하에만 존재하는 시설이 아니다. 아파트나 주택 같은 주거용 건물의 방을 개조해 만든다. 1991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는 모든 가구의 방 하나가 마마드로 할당된다. 거실에 침실 한 칸이 딸린 집에서는 침실이 마마드인 식이다. 마마드는 벽과 천장을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야 하고, 나무로 만든 일반 문·창문 외부에 강철로 만든 문과 창문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 밀폐가 가능하다. 특히 강철 문과 창문은 미사일이 건물을 폭격해도 마마드가 요새처럼 견딜 수 있도록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가 인증한 방폭(防爆)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2010년부터는 생화학 공격에 대비해 유해 물질을 여과할 수 있는 환기 장치 설치도 의무화했다.
이스라엘에선 부동산 거래를 할 때도 건물 안에 마마드가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처음 텔아비브에 도착해서 아파트를 구할 때, 중개 업소에서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 올린 매매·월세 매물마다 마마드 유무(有無)가 표기돼 있었다. 위급 상황에서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집안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매수인이나 세입자는 마마드가 있는 집을 훨씬 선호한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이후에는 오래된 건물에 마마드를 추가로 짓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민방위사령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간 약 4500건의 마마드 건축 신청서가 처리됐다고 한다. ‘가정용 방공호’인 마마드는 이스라엘 국민에겐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집단농장)에 침입했을 때 살아남은 이들 대부분이 사이렌이 울리자마자 마마드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이스라엘군의 구출을 기다렸다.
하마스의 기습 이후 400일 넘게 이어지는 전쟁으로 공습이 생활이 된 와중에도 이스라엘 국민이 비교적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마마드를 비롯한 방공호가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직후인 1950년대부터 시민 대피용 방공호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이 한데 모여 피신할 수 있는 대형 방공호만 존재했지만, 1969년부터는 주거용 건물이나 단지마다 공용 방공호인 마마크(MAMAK)를 설치했다. 이후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텔아비브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일을 계기로 모든 신축 건물에 마마드 설치가 의무화됐다. 서울 서초구(47㎢) 면적보다 약간 더 큰 텔아비브(50.6㎢)에 공용 방공호만 360여 개가 있고, 주거용 건물에 설치된 마마드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개의 방공호가 존재한다.
☞마마드와 마마크
마마드(MAMAD)는 히브리어 ‘메르하브 무간 디라티’의 발음을 영어식으로 표현해 축약한 것이다. ‘메르하브 무간’은 ‘보호된 공간’, 디라티는 ‘거주지’라는 뜻으로 아파트나 주택에 개별 설치된 방공호를 의미한다. 마마크(MAMAK)는 건물에 설치된 공용 방공호다. ‘메르하브 무간 코마티’의 축약으로, 코마티는 지상 또는 실내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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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 keemz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