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합의' 배달앱 상생안, 갈등 불씨 여전해

배달앱과 입점업체가 참여한 상생협의체가 약 100일 만에 수수료 인하라는 상생안을 도출했지만 양측의 갈등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합의 당시 입점업체 측 일부가 반대를 주장해 ‘반쪽 합의'라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이번 상생안으로 가맹점주의 실제 부담 비용이 더 커졌다는 입점업체의 입장과 사실 왜곡이라는 배달앱 업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산업협회 등은 지난 14일 배달앱-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12차 회의에서 도출된 상생방안에 대해 입점업체를 배제한 상생안은 사실상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식업 단체들은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마련한 상생안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높이고 배달비까지 인상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상생협의체 마지막 회의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소비자 주문액의 9.8%인 중개수수료율을 입점업체의 앱 내 거래액 규모에 따라 2~7.8%로 차등 적용하는 상생안을 마련했다, 거래액이 적을수록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형식이다. 대신 라이더 비용은 1900~2900원에서 1900~3400원으로 차등 인상(0~500원)하기로 했다. 상생안은 사업자별 시스템 정비를 거쳐 내년 초부터 3년 동안 시행된다.




그러나 입점업체 측은 이번 상생안이 협의체 출범 이전의 배민 수수료율인 6.8%보다 높다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매출 규모에 따라 중개 수수료를 차등화한 상생안이 시행되면, 인상 이전 수준 6.8% 보다 이용요율은 1%포인트, 배달비는 500원이 올라가고, 35~50% 구간은 배달비가 200원 인상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실제 혜택을 보는 구간은 하위 20%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수수료·배달비 부담이 동일하거나 오히려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배민은 이들의 주장이 중개이용료와 배달비를 각각 요금제 개편 이전과 이후 금액으로 다르게 적용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배민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배민배달(배민1플러스)을 이용하는 음식점 주인 20만명 중 매출 하위 20%에 속하는 4만명의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합한 비용 부담이 지금보다 19만5000원(36%) 줄어든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평균 주문단가(2만5000원) 100건의 주문이 이뤄질 경우를 전제로 했다. 매출 상위 35∼50% 구간과 상위 50∼80% 구간에 속하는 점주들도 지금보다 각각 5만5000원(10%), 7만5000원(14%)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상위 35% 구간에 속하는 약 7만명 점주들의 부담은 현재와 동일하다고 배민은 밝혔다. 중개 수수료는 9.8%에서 7.8%로 낮아지지만, 배달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일단 장시간 협의 끝에 상생안이 마련된 만큼 시행 결과를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동시에 배달앱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공정위는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남용하고 입점 업체에 최혜 대우를 요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