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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급변하는 산업구조…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전략 다시 짜야"

[브릿지 초대석] 이달곤 동반성장위원장
"시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있는 아들과 같은 역할이다."

이달곤 동반성장위원장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역할’을 이 같이 비유했다. 이해가 상충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에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안을 찾도록 ‘조정’하는 것 동반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뜻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중소 기업간의 갈등을 발굴·논의해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 문화 조성 확산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출범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9월 제7대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이 위원장은 ‘동반위 2.0’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은 한쪽은 이기고 다른 한쪽은 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동반위 2.0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위원장은 "취임 후 동반성장 관련 학계, 연구계, 산업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면서 "향후 동반위가 나아갈 방향인 2.0을 구상해 내년에 발표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으로부터 ‘동반위 2.0’을 구상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반위 2.0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동반위가 출범한 지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구조가 많이 변했다. 전통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건설, 조선, 정유 등에서 바이오, 정보통신, 플랫폼 등 신산업 등이 등장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변할 수 밖에 없다. 산업 구조가 바뀌고 분야별로 중소기업의 역할이 다르니 동반성장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이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기업에 스핀 오프(Spin-off, 한 회사가 일부 사업부문을 분리해 독립된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일을 맡기는 것)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기업들이 IT분야나 마케팅 분야를 스핀 오프해 분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스핀 오프 기업은 전통적인 도급관계나 갑을관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처럼 경계가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다.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굉장히 동태적인 건데 5년마다 적합업종을 정하는 것은 경제를 정태적으로 본 것이다.

얼마전에 중기부가 자판기 사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대기업의 진출로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 받았는데, 이제는 커피숍의 확산으로 자판기 사업이 위축되고 자칫 하면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휩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 환경이 수시로 바뀌고 환경에 따라 대·중소기업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적합업종 지정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동반성장지수 개편도 예고했는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개편할 생각인가.

현재 지수는 대기업이 얼마나 잘하는지 측정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수평가가 대기업을 점수화해 줄 세우기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동반성장지수는 줄세우기 식의 평가보다는 민간의 동반성장 활동을을 점검하고 기업간 협력을 유도하는 선순환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동반성장지수가 전년에 비해 얼마나 더 올랐는지 측정하는 지표만 하나 추가해도 그 해에 어떤 기업이 상생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동태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5개 등급(우수, 우수, 양호, 보통, 미흡)으로 이뤄진 지표만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무슨 거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각종 보조지수도 만들고, 마케팅에서 많이 쓰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 기법을 활용해 협력업체 대표도 인터뷰하면 동반성장지수에 좀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현재 240여개 대기업과 1만 3000여개 중소기업으로부터 자료를 모아 지수를 산정하는데 수치를 활용할 수가 없고 시상만 하고 만다.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조금 더 가시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평가체계와 지표를 개편해 기업의 부담은 줄이되 실질적인 동반성장을 끌어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지수평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파급효과를 확대하면 법적 효력이 없어도 대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사회적 이슈 및 파급효과가 큰 배달플랫폼을 포함한 온라인플랫폼업, 금융업 등 평가업종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 오픈 마켓 등 플랫폼 분야에 대해 동반성장 종합평가를 실시하려 했으나 온라인 플랫폼의 미참여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온라인플랫폼 시장은 역동성과 혁신이 큰 특징으로, 지나친 규제는 시장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가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온라인 플랫폼만 규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플랫폼들이 입점업체와 상생하고 지속성장하는 온라인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

법적인 규제는 현재의 공정거래법 규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자율 규제의 일환으로 동반성장 종합평가를 받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동반위, 공정거래위원회가 함께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한 평가 체계를 만들어, 플랫폼 기업들이 동반성장 종합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수수료를 둘러싼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동반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배달플랫폼 수수료는 민감한 이슈로, 정부에서도 다각도로 고민 중인 문제이다. 정부와 공정위에서 관련해 입법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동반위에서도 배달앱들의 동반성장지수를 시범적으로 측정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동반성장지수의 근본 취지는 대기업-중소기업간 자발적인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는 것으로, 배달플랫폼 동반성장지수 시범평가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간 관계를 개선하고, 배달 기업간 수익 경쟁만이 아닌 상생 분위기 공감대 형성에 목적이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와 지수평가 참여를 협의 중에 있는데, 배달업 기업이 시범 평가에 참여한다면 배달업 기업과 중소·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할 것이다.



-동반성장주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자면.

동반성장주간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촉진하고 상생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 및 관심도를 증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동반성장 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기간이다. 올해는 '함께하는 새로운 동반성장,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이달 마지막 주에 열린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유공 포상 수여와 홀로그램 퍼포먼스 운영을 하고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대행사 191건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올해는 기존 동반위에서 추진하던 동반성장 문화 확산, 지역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 확대, 경제·산업계 갈등조정 역할 강화, 공급망 ESG 역량 지원 등 사업을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대기업이 세계로 나아가면서 국내 협력중소기업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한 지표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중견기업에 동반성장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 동반성장 문화확산에 노력할 것이다.



◇이달곤 동반성장위원장은

1953년 경상남도 창원 출신인 이 위원장은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한국행정학회 회장을 지낸 행정학자 출신이다.

학자시절 이 위원장은 지방행정과 협상학 분야에 일가를 이룬 ‘대가’로 꼽혔으며, 각종 연구과제와 정책과제 등을 수행하면서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행정학계의 `마당발'로도 통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 위원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게 됐고 지난 2008년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제18·21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특히 국회 예산소위 위원,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지내며 여당의 예산·정책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이 위원장은 의원시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위원 등을 맡아 대·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입법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처리가 합리적이고 온화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조정역할을 해야하는 동반성장위원장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