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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본사 맞설 '배민 노조' 출범…상생의 '배민다움' 되찾을까

배달의민족 노동자들이 지난 19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우아한형제들지회(별칭 우아한유니온)를 설립했다. /사진 제공=우아한형제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별칭 우아한유니온)을 만들었다. 배민이 독일 본사 인수 이후 이익중심 경영으로 방향을 틀면서 자영업자 간 상생 부족이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동자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노조 설립과 함께 최근 수수료 정책 변화가 배민의 신뢰 회복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우아한형제들지회는 지난 19일 노조 출범 선언문에서 "회사가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도 상당 부분의 수익을 독일 모회사로 유출하고 그 부담을 자영업자와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 소속 라이더들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배민라이더스지회를 만든 적은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설립된 노조는 우아한유니온이 처음이다.

노조는 회사의 이익배분 방식과 경영방침, 상생을 소홀히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지회는 선언문에서 "노동자의 헌신에도 돌아오는 것은 복지 축소와 일방적인 조직개편이었다"고 꼬집었다.


우아한유니온이 제시한 주요 목표는 △권익 보호 및 근무조건 개선 △평가 및 보상 시스템의 투명성 확보 △복지 및 인사 제도의 안정성 보장 등이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는 '주52시간 초과근무 금지' '임산부 단축근무 시간 보장' '노동자 권익 보호 및 근무 조건 개선' '평가·보상 시스템의 투명성 확보' '복지 및 인사 제도의 안정성 보장' 등을 내세웠다.

'상생' 중시했던 배민, 초심으로 돌아가야
배민 노조가 지적하는 핵심 문제는 사라진 '상생 기업문화'다. 요식 업계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배민이 수수료 인상, 유료 멤버십 전환 등 점점 수익에 집중하는 전략을 내놓으면서 창업주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강조했던 자영업자와의 상생 가치가 무너져 민심을 잃었다. 자영업자·소비자에 이어 배민 노동자들까지 소통 부재가 이어지면서 노조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2010년 6월 김 전 의장이 설립한 배민은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자영업자와의 상생 철학을 담은 '배민다움'의 가치로 빠르게 성장했다. 김 전 의장은 입점 업체에 대한 낮은 수수료율을 유지하고 골목상권 맛집까지 플랫폼에 입점시켜 배민의 차별성을 이뤘다. 배민은 중개수수료가 부담된다는 자영업자의 지적에 따라 2015년 8월부로 이를 전면 폐지하기도 했다. 대신 배민은 광고 서비스 형태의 제품을 출시해 수익을 냈지만, 배민앱을 통한 자영업자의 매출은 점점 늘어 2018년에는 전년 대비 73% 성장한 5조2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상생의 힘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배민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배민다움의 가치를 설파해왔다.

그러나 배민은 2020년 수수료 체제를 개편하며 상생 철학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배민이 기존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중심 수수료 체계에서 매출의 5.8%를 받는 정률제로 전환하면서다. 일부 소규모 업소가 혜택을 보기도 했지만 대다수 자영업자의 부담은 커졌다. 올 7월에는 중개수수료를 6.8%에서 경쟁사 쿠팡이츠와 동일한 9.8%로 인상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특히 수수료 인상 과정에서 본사가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것이 민심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배민의 경영방침 변화는 김 전 의장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과도 관련이 깊다. 2019년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을 약 4조75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배민의 경영 기조가 '이익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배민다움을 강조했던 김 전 의장의 사람들도 거의 다 떠났고, 그 또한 2022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DH가 배민에서 약 4127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면서 비판을 더욱 키웠다. 기업의 수익 추구는 당연하지만, 자영업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이익이라는 점에서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배당액이 그해 영업이익(6998억원)의 59%였고 배당성향이 81.5%로 동종 업계 평균보다 높았지만, 이에 대한 본사 측의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구성원과의 이익공유, 재투자 계획도 발표하지 않아 배민다움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노조 출범을 계기로 배민이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 노동자 모두의 신뢰를 회복하며 상생 철학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배민과 쿠팡이츠가 4개월 만에 중개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에 따라 2.0∼7.8%로 낮추는 차등 수수료 방식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은 변화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노조 설립과 활동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로 존중할 것"이라며 "회사의 더 나은 근무환경 조성과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해 노조 측과 원만히 합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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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