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으로 끝난 상생협의체 쟁점들···"'쿠팡이츠' 무료배달 불씨 여전"[뉴스분석]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4일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10차회의에 참석한 유성훈 쿠팡이츠 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넉달 간의 논의 끝에 입점업체의 매출액에 따라 차등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매출액 상위업체의 배달비 추가 부담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혜대우 요구 및 무료배달 중단 등 쟁점이 미봉책으로 끝난 것도 추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쿠팡이츠가 수혜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이츠 점유율 ‘나홀로’ 상승세
지난 7월 상생협의체 출범 이후 배달수수료율 인하를 놓고 소상공인과 플랫폼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상생 의지가 있느냐’는 질타가 배민에 쏟아졌다. 쿠팡은 막판 국감 증인 채택에서 빠져 비판을 피했다.
배민은 지난 10월 말 7차 회의에서 ‘차등수수료안’을 제시했지만 쿠팡이츠는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대신 다음 회의에서 수수료율을 낮추고 배달비 부담을 늘리는 안을 냈다가 공익위원에게 퇴짜를 맞았다. 당시 정부 측 관계자는 쿠팡이츠에 “매번 구체적인 제시를 하지 않아 회의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츠 측은 후발주자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업계 선두이자 흑자를 보는 배민과 업계 2위로 적자를 보고 있는 쿠팡이츠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지난 6월 기준 배민이 60%, 쿠팡이츠가 20% 수준으로 1·2위 간 격차가 크다.
다만 최근 추이를 보면 다른 양상도 보인다. 지난 10월 기준 양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면 쿠팡이츠가 883만1404명으로 전월 대비 5.6% 늘었다. 반면 배민은 2207만3046명으로 같은 기간 2.5% 줄었다. 배민은 지난 5월 이후 MAU 증가폭이 1%인 반면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MAU가 26.5% 늘어 두 플랫폼 간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에 2~3년 내 업계 1위가 바뀔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배민이 당장 점유율이 높기는 하지만 모기업(쿠팡)이 있는 쿠팡이츠가 장기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상생협의체에 관여한 한 전문가는 “유통산업 전반을 다루는 쿠팡과 배달앱만 하는 배민은 체급 차이가 크다”면서 “지금대로라면 배민이 2~3년 버티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이정희 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료배달·최혜대우 불씨는 여전
쿠팡이츠의 맹추격 배경에는 무료배달 전략이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2월부터 쿠팡 와우 회원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와우회원은 2월 기준 1400만명에 이른다. 이후 배민·요기요도 무료배달을 도입했다.
문제는 무료배달 비용을 실질적으로는 점주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쿠팡이츠는 배달비 명목으로 점주들에게 건당 1900~2900원을 부과해왔다. 점주들은 플랫폼이 무료배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점주들에게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참여연대는 와우 회원에게 쿠팡이츠 무료배달을 제공하는 건 불공정 행위인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상생협의체는 두 플랫폼에 무료배달 용어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지만 쿠팡이츠 측은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전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협의체 주요 안건인 최혜대우 요구 중단 논의도 미봉책으로 끝났다. 최혜대우 요구는 자사 플랫폼에서 음식 가격을 다른 플랫폼보다 더 비싸게 책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배민·쿠팡이 이런식으로 음식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점주들의 자율권이 침해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상생협의체에서 배민은 쿠팡이츠가 중단하면 최혜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쿠팡이츠는 자신들의 요구가 최혜 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결국 상생협의체는 추후 공정위가 조사를 통해 최혜대우 요구의 구체적 범위를 결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쿠팡이츠의 입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결국 무료배달과 최혜대우 문제 모두 상생협의체에서 매듭을 짓지 못했다. 공정위는 두 사안이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지만 올해 조사가 시작돼 이른 시일 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상생협의체를 이끈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상생안 결과에는 아쉬움이 많다”면서 “무료배달 문제가 업계에 숨어 있는 가장 큰 문제이자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이어 “업계 판도는 1년 안에도 바뀔 수 있고,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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