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상생안 열흘만에…프랜차이즈의 '이중가격제' 뒤통수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배달앱 상생협의체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배달료 때문에 이중가격제? 실제 가격 상승폭은 더 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내년 초부터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 지난 14일 마무리된 배달앱 상생협의체의 합의안에서 현행 9.7~9.8% 수준의 배달앱 수수료를 2~7.8%로 낮추기로 했지만 이 역시 배달가격 부담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이유다.
상생안에서 매출 상위 35% 구간 점주들에게는 수수료율을 현행보다 2%p 낮추기로 했지만, 2만5000원 미만의 주문이 발생할 경우 배달비용을 소폭 늘리기로 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수수료율이 줄어든 대신 배달료가 증가해 상생안의 효과가 미미하다며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모양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매출 상위 35% 업체들이 다수 포함된 치킨프랜차이즈가 주축인 단체다.
이들은 배달료가 늘어나는 만큼 이중가격제를 통해 이를 보전하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만5000원 미만 주문에서 몇백원의 추가 배달료가 발생하는 데 비해, 이중가격제를 통한 배달가격 인상폭은 1000~2000원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비판에 직면할 전망이다.
A배달앱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낮춰서 발생하는 수익을 가맹점과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가는 데 더해 배달료 인상폭 이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행위"라며 "심지어 프랜차이즈협회에 소속된 점주들 중에도 2%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매장이 있는데, 모든 가맹점에서 일괄적으로 배달가격을 올린다는 점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상생안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격 차별 없는 '착한 가게' 배지로 응수
(위)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른 업체. (아래)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같은 업체로, '매장과 같은 가격'이라는 인증 배지가 붙어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캡처 |
배달앱들은 프랜차이즈들의 이중가격제 추진이 배달수수료가 아닌,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률 향상을 위한 목적이라는 걸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실제로 프랜차이즈협회에 소속된 주요 치킨업체들은 배달앱 상생안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꾸준히 가격을 올려왔다. 지난해 4월 교촌치킨 허니콤보 2만원→2만3000원, 지난해 12월 BHC 뿌링클 1만8000원→2만1000원, 올해 4월 굽네치킨 고추바사삭 1만8000원→1만9900원, 올해 6월 BBQ 황금올리브 후라이드 2만원→2만3000원으로의 인상이 대표적이다.
B배달앱 관계자는 "프랜차이즈협회는 상생협의체 테이블에서도 배달앱 수수료 상한을 5%로 두자는 의견을 꾸준히 고집했다"며 "배달앱 수수료를 낮춰 영세 소상공인을 돕기보다는, 이를 핑계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자사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배달앱이 만악의 근원? 프랜차이즈 본사 횡포가 더해"
가맹점주와의 차액가맹금 소송으로 계좌가 동결된 피자헛. /사진=뉴시스 |
이들은 2020~2022년 가맹점당 12.9%의 유통마진을 거뒀다. 가맹점들은 본사로부터 식재료를 단독 매입해야 하는데, 외식업체 영업비용 중 식재료비가 4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유통 마진 덕분에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2022년 평균 매출은 2020년 대비 32.9% 늘었다. 이 기간 가맹점포당 평균 매출은 1.6% 줄었다. 본사가 원자재를 사들인 뒤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납품하는 '차액가맹금' 때문에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최근 본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들이 수익을 양보해 수수료율을 줄이겠다고 상생안에 합의했음에도 이중가격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격 인상을 위한 핑계로 수수료율을 문제 삼았다는 방증"이라며 "가맹본사 차원의 이중가격의 강제 시행은 외식시장의 배달 수요를 줄여 매출 하위 구간의 영세 가맹점주가 피해를 입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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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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