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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왜 '노동약자법'에 싸늘할까요[Q&A]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노동약자 지원·보호법(노동약자법) 입법발의 국민 보고회를 열고 노동약자법 내용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법 제정을 약속한 지 6개월 만이다. 보고회엔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해 노동약자법에 힘을 실었다.


당정은 국가가 직접 나서 노동약자를 지원·보호하기 위해 노동약자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계 반응은 싸늘했다. 왜 노동계가 노동약자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 야당이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노동약자법 차이는 무엇인지 등 쟁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노동약자법 적용 대상은 누구인가.

“노동약자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노동자이지만 사업주의 지불능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비임금노동자 규모는 2022년 기준 847만명이다.”

- 노동약자법의 지원·보호 내용은 무엇인가.

“지원·보호 내용은 표준계약서 제정·보급, 보수 미지급 예방,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지원, 경력 관리, 공제회 설립·지원, 노동약자 권익보호·복지증진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 등이다.”

- 노동약자법은 일본 프리랜서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지난 1일 시행된 일본 프리랜서법은 ‘거래조건 적정화’와 ‘취업환경 정비’라는 두 분야로 구성돼 있다. 거래조건 적정화에는 서면으로 거래조건 명시·기일 내 보수지급, 취업환경 정비에는 괴롭힘 방지·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배려 등이 규정돼 있다. 노동법적 내용에 가까운 취업환경 정비는 노동약자법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에 반해 표준계약서 제정·보급은 노동약자법에만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26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노동약자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노동약자 지원·보호의 주체는 누구인가.

“당정은 기존 노동법 체계가 ‘사용자 찾기’가 어려운 경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못한 만큼 비임금노동자 같은 노동약자에게 국가가 기댈 언덕이 돼야 한다고 본다. 노동약자법 별칭이 ‘기댈 언덕법’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 노동계는 왜 노동약자법을 “사용자 책임 삭제법”이라고 규정하나.

“노동계는 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 등 비임금노동자 상당수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이지만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돼 있다고 말한다. 사용자가 노동관계법 규제를 피하려고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을 남용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비임금노동자의 사용자를 찾아 그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지우는 게 정공법이라고 본다.”

-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기존 노동법 체계에서 제외된 다양한 이들도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려는 법이다.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약자법과 차이가 있다.”

- 당정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는 선을 긋고 있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수년간 논의돼온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도 모든 노무제공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노동부는 ‘2023년 주요 업무계획’에서 노무제공자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부는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노동약자법 제정을 약속한 이후 노무제공자 권리보장 입법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 9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약자법과 노무제공자 권리보장 입법을 한꺼번에 추진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보다 노동약자법에 무게중심을 두고,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오분류한 사업장 기획감독도 하지 않는 점도 노동계가 노동약자법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다.”

-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한 우려는 없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 ‘제3의 범주’를 설정하고 이들에 대한 별도의 보호를 규정하는 방식이어서 우려스럽다는 시각이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권리를 보장해야지 제3의 범주를 둘 경우 실질적으로 노동자인 사람이 제3의 범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의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지침’처럼 업무수행에 대한 통제·지시를 보여주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로 추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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