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만 골탕 먹는 배달 플랫폼 횡포…근본 대책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료 멤버십 중도 해지를 막은 쿠팡에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와우 멤버십’이 중도 해지를 신청해도 차액이 환불되지 않고 월말까지 서비스가 유지되는 방식으로 운영된 게 문제가 됐다. 여기에 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나 인상하면서 소비자 동의를 구하는 방식조차 결제창에 ‘묻어두기’식으로 처리했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다크패턴’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1위 쿠팡은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끼워팔거나 배달 앱 입점 업체들에 최혜 대우를 강요하는 등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사례로도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과 같은 방식으로 유료 멤버십을 운영한 네이버와 마켓컬리도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랫폼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꼼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정위 주도로 지난달 중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에서 마련한 상생안 또한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조짐이다. 협의체는 내년부터 3년 동안 입점업체의 매출액에 따라 배달수수료를 2~7.8%로 차등해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7.8%의 최고 수수료를 적용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이에 반발, 이중가격제 적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상생협의체가 수수료 인하 방안을 모색하던 지난 7월 배달의민족이 6.8%에서 9.8%로 기습 인상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차등 수수료 상단이 7.8%로 9.8%에서 2%포인트 내려갔지만 실제로는 1%포인트 인상된 셈으로 어정쩡한 상생안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메뉴 가격 인상 폭은 1000~2000원으로 예상돼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게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영세 가게를 중심으로 배달 수수료를 30%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 플랫폼 기업들의 구조적 횡포를 막을 실질적 대책이 긴요해 보인다. 단순히 제재를 넘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배달 플랫폼들도 스스로의 윤리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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