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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배달앱 상생안, 결국 소비자에 불똥…치킨값 또 오른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의 일괄적인 이중가격제 도입이 전체 배달 음식 가격 인상을 자극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완전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배달 수수료 상생안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전망이다.

지난달 생상협의체에서 도출된 배달 수수료에 반발한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치킨, 햄버거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일괄적인 '이중가격제' 도입에 착수하면서다.

배달 주문 시 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올려 받는 이중가격제는 현재까지 개별 도입으로 자사앱 이용률 확대 성격이 강했지만, 일괄 도입은 수익 보전 성격이 강해 배달 음식에 대한 일반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내놓은 합의안과 관련해 내년 초부터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상생협의체는 지난달 14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수수료 인하 상생안을 발표했다. 기존 9.8%였던 입점업체 중개 수수료를 2.0~7.8%로 차등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상생안에서 매출 상위 35% 구간 점주들에게는 수수료율을 현행보다 2%포인트 낮추기로 했지만, 2만5000원 미만의 주문이 발생할 경우 배달비용을 소폭 늘리기로 했다.

매출 상위 35% 업체들이 대다수로 구성된 프랜차이즈협회 입장에서는 이번 상생안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수수료안에 따라 배달료가 늘어나는 만큼 이중가격제를 통해 이를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수수료 방안이 하위 65% 영세업체에만 유리하게 해석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과 배달앱 업체간 갈등으로도 비화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중가격제 도입은 비용 부담 상승의 책임을 배달앱으로 돌리려는 목적이 크다"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배달앱을 이용하면 음식 가격이 비싸진다'는 인식을 갖게 하려는 의도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중가격제는 전체 배달 금액의 인상이 아닌 메뉴당 가격 인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배달료 부담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맥도날드 빅맥세트(7200원) 두개를 배달로 주문할 경우 1만4400원이 아닌 1만7000원을 내야한다. 배달로 주문할 경우 빅맥세트 가격은 8500원으로 매장 가격보다 1300원 비싸기 때문이다. 3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고려하더라도 2000원 이상 더 비싼 가격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중 가격'에 대한 표시 의무가 없는 데다 인상 기준도 없는 상황이라 배달음식의 무분별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최근 소비자원은 배달 앱들에 공문을 보내 이중가격제 표시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원은"독점이나 담합 행위가 있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가격결정권은 판매자에게 있기 때문에 이중가격제 공지를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중가격 인상률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으면서 같은 브랜드지만 지점 별로 판매가가 상이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의 차이는 적게는 4.9%에서 많게는 25.9%로 차이가 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 인하안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음식 가격에 비용 부담을 녹일 경우 전체 배달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가격 인상을 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적용해 불필요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프랜차이즈협회는 전체 매출에서 배달 비중이 가장 큰 치킨 브랜드를 대상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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