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닫힌 지갑, 식어가는 소비…위축된 경기 속 '시민들의 선택' [일상톡톡 플러스]

“작은 사치조차 정말 ‘사치’가 됐다”

소비의 냉각,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닫힌 지갑, 다시 열게 하기 위한

정부·기업 역할 어느 때보다 중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주말 풍경이 달라졌다. 그는 “예전엔 주말마다 외식을 즐겼지만, 이제는 집에서 간단히 요리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필요한 것만 사고, 남는 돈은 비상금으로 저축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를 줄이는 경향은 개인 차원을 넘어 전반적인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경기 침체의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시민들의 지출 방식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우선 식료품 소비는 생각보다 씀씀이가 커지는 대형마트 대신 중소형 할인점이나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가공식품보다 원재료 위주의 저렴한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도심의 한 골목에 폐업한 매장이 늘어서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뉴스1

외식 횟수는 줄었고, 배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음식 직접 포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해외여행은 국내여행이나 근교 드라이브로 대체됐다.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구독과 같은 저비용 여가 활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명품 구매는 줄어들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1+1 행사’와 초저가 PB(Private Brand) 상품을 확대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외식업계는 소형 메뉴나 세트 상품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무료 배송과 정기 구독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일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 침체를 되돌리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지출 감소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매출 감소로 인한 경영난은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소비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기 안정과 물가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금리 안정화가 필요하다. 소비 심리 회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클립아트코리아

한 시민은 “커피 한 잔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됐다”며 “그래도 삶의 질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어 가끔은 작은 사치를 허용하며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은 개인의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미친다. 지갑을 다시 열게 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