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져버린 '결제 대행' 갈등…비씨카드·PG업계 한판 붙었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거래 중계 서비스'를 두고 비씨(BC)카드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Payment Gateway)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비씨카드가 대형 가맹점에 대한 '직승인 시스템' 구축을 확대하자 PG사들은 비씨카드가 업무 영역을 침범하고 골목상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비씨카드는 온라인 직승인은 수수료 인하와 비용 절감 효과가 커 바라는 가맹점이 늘고 있다며 업계의 흐름이라고 반박한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PG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비씨카드가 NH농협카드 및 주요 은행계 카드사를 대상으로 직매입 영업을 확대하면서 PG사업과 VAN(부가가치통신망·Value Added Network)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의 업권에 침투하는 행위다"라고 규탄했다. 국내 대표 PG사로는 NHN KCP, 토스페이먼츠, KG이니시스, 나이스페이먼츠 등이 있다.
이에 비씨카드도 "일부 카드사가 지난해 말부터 가맹점과 직승인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비씨카드에 거래중계 서비스를 위탁했다"며 "비씨카드가 제공하는 거래중계 서비스는 카드 결제 과정의 서비스에 해당하고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가맹점들은 수수료와 시스템 구축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PG사와 비씨카드의 갈등이 커진 이유는 온라인 결제시장에서 직승인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직승인'은 요청, 승인, 최종 대금 지급 등 통상 카드 결제 시 필요한 모든 과정에서 PG, VAN사를 건너뛰고 가맹점과 카드사가 바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결제 수수료로 이익을 내는 PG사 입장에서 이러한 직승인은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쿠팡·배달의민족·네이버 등 대형 온라인 가맹점들은 지난해부터 자체 비용을 투입해 '직승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카드사들과 직승인 계약을 맺어 결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일부 카드사는 비씨카드에 거래 중계 서비스를 위탁했고 PG협회는 해당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씨카드에 대해 업권을 침해하며 결제 생태계를 독점하려 한다고 지적한 것.
카드업계 관계자는 "PG사가 하던 업무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카드사가 승인을 할 수 없다"며 "거래데이터 송수신에 비씨카드의 시스템이 들어가면 다른 카드사들도 해당 시스템을 이용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BC카드.◇ 시스템 확대는 '필연적'…PG사 "업종 사라질 수도"
PG협회의 이러한 반발과는 별개로 카드업계의 직승인 시스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가맹점수수료율이 제한되어 있는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직승인 수요가 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카드 수수료율이 높은 온라인에선 직승인을 통한 수수료 절감이 절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직승인이 이뤄지면 VAN사에 줘야 할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이득이다. 직거래가 이뤄지면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VAN사와 나눠 갖지 않아도 된다. 비씨카드의 직승인 중계 서비스는 현재 NH농협카드만 이용하고 있지만 점차 다른 카드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온라인 가맹점에 직승인 시스템을 검토할 예정이다"라며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 절감은 필수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PG사를 포함한 PG업계는 성명서 이후 지속적으로 업무 보호에 대한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간 기존 시스템에 PG업계의 투자가 이뤄졌던 만큼 업무 지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PG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결제시장이 갖춰지기 전부터 PG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시스템 구축을 했는데 이제 와서 비씨카드가 PG사와 VAN사의 업무에 들어오는 건 상도덕에 어긋난 것이다"라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각 사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각 업계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스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장 재편이란 시각과 결제 통로·지급결제에 특화된 PG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과거 부실한 PG 업체로 인해 티몬과 위메프 사태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며 기술 발전과 효율성 추구에 따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골목상권 침범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PG사는 대형 VAN사가 설립한 자회사인 경우가 많아 골목상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PG업계 관계자들은 산업과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PG와 VAN 본연의 업무를 인정하고 보호해 줘야 한다며 온라인 가맹점 대부분이 비씨카드 시스템으로 옮겨가면 관련 업종은 사라질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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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수 기자 dong8266@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