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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 지속 가능할까…롯데·SSG는 자체 배송 포기

너도나도 ‘총알 배송’ 쿠팡 따라가는 그들 [스페셜리포트]




2022년 롯데온은 롯데마트몰 새벽 배송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다. 같은 해 SSG닷컴도 새벽 배송 권역을 축소했다. 모두 비용 절감 차원에서다. 최근 다시 당일 배송, 총알 배송 바람이 불면서 쿠팡처럼 리테일러(잠깐용어 참조)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업체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업계 표준처럼 되다 보니 따라 하기는 하지만 비용 부담은 큰 숙제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배송 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품 가격 혹은 배송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쿠팡이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게 된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빠른 배송 서비스가 초반에는 경쟁적으로 늘어나다가 이후 특정 분야에서 자리 잡는 모양새로 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는 “빠른 배송은 기존 택배 서비스와 달리 높은 고정비, 낮은 적재율, 그리고 단건 배송의 특성 때문에 근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B2B 특화, 지역 밀도 확보, 기술을 통한 효율화와 같은 대안이 필요한다. 결국 특정 분야와 일부 업종에 특화한 서비스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향후 빠른 배송 흐름은 어떻게 전개될까. 비욘드엑스 전망은 이렇다. 첫째 기술 중심의 효율화다. 물류 AI 에이전트 상용화와 자율주행 기술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생산성을 높이고, 로봇 배송이 점차 상용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더불어 소비자 선택지 다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모든 배송을 빠르게 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배송 속도와 비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온디맨드 배송 옵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성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김철민 대표는 “빠른 배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차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 기반 물류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컬리나우 ‘1시간 배송’ 구경해보니
도서관 방불케 하는 ‘칼각’…검수까지 꼼꼼히


‘띵동’.

배송 주문이 들어왔다는 알림과 함께 종이가 출력되는 소리가 들린다. 한 손에는 종이를,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직원이 분주히 매장을 다니며 진열대에 빼곡히 놓인 상품을 집어 담는다. 5분쯤 지나자 장바구니에 이런저런 상품이 한가득 담겼다. 우유부터 밀키트, 과자와 주방 세제 따위다. 직원은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고 비닐봉투에 넣어 포장을 한다. 그사이 또다시 ‘띵동’ 소리가 들려온다.

대형마트 풍경이 아니다. 지난 11월 27일 오전 11시에 찾은 ‘컬리나우 도곡점’ 상황이다. 컬리가 ‘1시간 배송’을 앞세워 올해 6월 시작한 총알 배송 서비스 ‘컬리나우’ 두 번째 지점이다. 올해 10월 분당선 한티역 바로 옆에 위치한 약 180평 규모 상가 지하 공간을 컬리나우 배송을 위한 센터로 꾸몄다. 언론을 통해 내부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곡점에 들어선 첫인상은 ‘도서관처럼 생겼다’다. 컬리에서 판매 중인 4500여종 제품이, 오와 열을 맞춰 칼같이 정렬돼 있는 4500여개 칸막이마다 진열돼 있다. 마치 도서관처럼 ‘뷰티’ ‘식품’ 등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고 진열대마다 ‘A-2-1’ 같은 방식으로 하위 분류 번호가 매겨져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컬리나우 직원이 이 분류 번호를 보고, 도서관 속에서 책을 찾듯 상품을 담는다. 냉장·냉동 카테고리도 따로 마련돼 있다.

각 칸막이마다 한 상품이 적게는 1개, 많게는 10여개까지 담겨 있다. 박형건 컬리나우 도곡점 지점장은 “전날 주문량과 재고 상황, 컬리 쇼핑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해 그날그날 적당량의 상품을 발주한다”며 “11시부터 2시까지 주문이 가장 많다. 당장 필요한 식품에 더해 화장품·생필품 등을 추가 주문하는 장보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은 장바구니에서 상품을 꺼내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는다. 들어온 주문과 실제 상품이 달리 나가지 않는지를 검수하는 과정이다. 고객이 주문한 것과 다른 상품을 찍을 경우 ‘삑’하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검수를 끝낸 상품은 비닐봉투에 담아 묶어낸 후 출구와 가까운 또 다른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진열대에는 ‘개포동’ ‘양재동’ 등 도곡점 배달 권역이 쓰여 있다. 물량이 어느 정도 모이면 컬리나우와 계약을 맺은 체인로지스 배송 기사가 봉투를 들쳐 메고 ‘묶음 배달’에 나선다. 배송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으면 단건 배달이라도 물론 수행한다.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는 “단건 배달, 많아야 2~3건 묶음 배달이 대부분인 음식 배달과 달리 컬리나우 주문은 5~6개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잠깐용어 *리테일러 직접 물류 창고를 짓고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e커머스 사업 모델.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유통의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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