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커피·국밥 선결제로···칼바람 집회 현장 데운 '따뜻한 연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14일 미주여성 커뮤니티 ‘MissyUSA’에서 보낸 어묵 트럭이 운영 중이다. 최서은 기자
14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현장은 체감온도가 0도 안팎으로 추운 날씨였지만 시민들의 연대의 손길로 온기가 흘렀다. 집회 현장 주변과 지하철역 등에서는 먹거리와 핫팩 등을 나눠주는 시민들이 많았다.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온 김양미씨(49)는 주먹밥·떡·빵 등을 현장에서 나눠주고 있었다. 김씨가 속한 독서 모임에서 후원을 받았고, 고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총 352만원을 후원했다고 한다. 김씨는 떡을 나눠주며 “탄핵을 부르는 빵”이라며 “탄핵이 될 것 같다. 반드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시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도 콜드브루 커피 300잔을 무료로 나눠주는 부스를 인도 한 구석에 펼쳤다. 부스 앞에는 ‘그냥 가져가세요’라고 적힌 종이 가방에 단팥빵 등이 담겨 있었다.
집회 현장 인근 한 카페에는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선결제해둔 커피를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일부 카페는 선결제로 ‘커피 무제한’이라고 적혀있기도 했다. 커피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50대 B씨는 “처음 집회에 참석하는데, 민의를 따르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가 14일 콜드브루 커피 300잔을 무료로 나눠주는 부스를 인도 한 구석에 펼쳤다. 부스 앞에는 ‘그냥 가져가세요’라고 적힌 종이 가방에 단팥빵 등이 담겨 있었다. 이예슬 기자
서울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농성장에서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이 떡 40㎏(약 300개)를 준비해 나눠주고 있었다. 주민들은 포장한 떡에 ‘쪽방촌이라 불리는 가난한 동자동에서 왔습니다. 돈을 모아 떡을 조금 준비해 왔습니다. 드시고 함께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힌 노란 종이를 붙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여의도에서 ‘탄핵 어묵’을 나눴다.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오후 2시부터 노인·환자 등 이동이 불편한 시민을 우선해 이송을 도왔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집회 현장에서 앉아있는 것보다 의미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집회 참여자들을 태워드리고, 물품을 이송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며 “차량은 이동하기 번잡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핫팩 나눔’ 소식이 알려졌다. 엑스(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darxxxxxxxxx)는 “여의도역 여자 화장실에 핫팩 100개 가져다 뒀어요”라며 “미처 못 챙긴 분들 가져가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myaxxxxxxx)도 “여의도역, 국회의사당역, 샛강역, 당산역 지하철 안 화장실에 여성용품, 비타500, 핫팩 등을 뒀다”고 알렸다. 전날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 EDAM에서 선결제한 것으로 알려진 한 국밥집에는 100개가 결제돼 있었지만 소진됐다가, 다시 선결제로 60인분을 추가 결제한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농성장에서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이 떡 40kg(약 300개)를 준비해 나눠주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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