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결산/플랫폼] 라인야후·총수부재·배달상생…혼란 속 고군분투 이어져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올 한 해 정보기술(IT) 분야를 넘어 정치·사회적 사안 중심에 섰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일본 ‘라인야후 사태’로 최수연 대표가 국회에 현안 질의 증인으로 소환되는 등 때 이른 국정 감사를 방불케 하는 수준의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가 작년부터 이어진 카카오는 현 정부 출범 후 IT업계에서는 최초로 창업자까지 구속되며 외연 확장보다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힘썼다. 배달업계에서 올해 최대 화두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였다. 연장을 거듭한 제12차 회의에서 상생안이 도출됐으나 대형 프랜차이즈로 대표되는 일부 입점업체와 플랫폼 간 입장 차에 따른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日이 韓 기업에 지분매각 압박했다”…라인야후 사태에 네이버 ‘진땀’
‘라인야후 사태’로 불린 라인야후 공동 대주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라인 지분매각 협상이 약 4개월 만인 지난 7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메신저 ‘라인(LINE)’ 운영사 라인야후는 7월1일 일본 총무성에 제출한 라인 개인정보 보안 사고 관련 2차 행정지도 보고서에 “양사 간 단기적인 자본 이동이 어렵다”고 전했고, 네이버도 소프트뱅크에 단기적으로 지분매각 계획이 없다고 여러 차례 공식화하면서다. 라인야후 사태는 일본 정부가 작년 11월 라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보안 사고를 빌미로 라인야후 측에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과 4월 라인야후에 ▲보안 시스템 개선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보유한 모회사 A홀딩스 지분 중 네이버 지분을 줄일 것을 암시하는 ‘자본구조 재검토’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는 보안사고 재발 방지 일환으로 본사와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 직원용 시스템·인증 기반 분리를 내년 3월 말까지 할 예정이다. 관련해 라인야후 국내(일본)·국외 자회사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종료 수순을 밟는다. 이를 두고 ‘네이버가 지난 13년간 키운 라인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국민적 여론이 들끓었다.
상황이 격화하자 정부당국도 일본에 유감을 표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네이버가 지난 5월 초 소프트뱅크와의 A홀딩스 지분 협상 사실을 처음 공식화한 후, 국내 라인 계열사 고용 불안 문제가 지적되자 라인야후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는 설명회를 열고 임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민간의 자율적 판단에 부담을 줄 정쟁 도구화는 자제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긴급 브리핑에서 “네이버가 기술을 라인야후에 접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구속 101일만 석방…전방위적 사법리스크는 계속
지난해 상반기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조종 의혹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기소 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10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앞서 7월23일 구속된 지 101일 만이다. 총수 공백 사태를 맞았던 카카오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김범수 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들의 본안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일부 경영 제약 및 불확실성이 걷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문어발식 사업구조와 골목상권 침해 등 여러 비판을 받아온 카카오는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검찰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작년 11월 김 위원장 지시로 카카오 그룹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 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가 설립됐고, 올해 초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가 김 위원장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 투톱 체제로 재편됐다.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 이후 경영 효율 차원에서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같은 핵심 사업을 제외하고 그룹 몸집을 줄이는데 더 박차를 가해왔다. 이와 별개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그룹사까지 정부 당국으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도 과제다. 현 정부 들어 전방위 압박을 받아 온 카카오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자 정치 테마주로 취급되며 실제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배달앱 상생협의체, 114일 마라톤 회의 끝 반쪽 합의…입법 필요성 공방 이어질 듯
114일간 쉼 없이 달려온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가 지난달 막을 내렸다. 플랫폼사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내년 초부터 향후 3년간 시행할 합의안은 2~7.8%(기존 9.8%)의 차등수수료가 골자다. 구체적으로 ▲매출액 상위 35% 입점 업주에 수수료율 7.8%와 배달비 2400~3400원 ▲상위 35~80% 업체에 수수료율 6.8% ▲상위 35~50%는 배달비 2100~3100원 ▲상위 50~80%는 1900~2900원(수수료율 6.8%로 동일) ▲하위 20%는 수수료율 2%와 배달비 1900~2900원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책정한 중개수수료율 9.8%, 배달비 1900~2900원보다 최고수수료율은 2%포인트(p) 낮아지고 배달비는 최대 500원 늘어날 수 있다. 배달 플랫폼들은 배달비 인상 없이 중개이용료를 낮추는 등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지만, 입점업체 단체 중 일부는 최종안에 반대하는 등 저마다 온도 차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배달 매출 비중이 낮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표하는 입점업체 단체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점주 경우 상위 35%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생안에 반발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은 이번 상생안의 업주 부담 절감 효과가 배달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가맹업주에도 동일 적용된다고 강조하나, 업계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민과 쿠팡이츠는 업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국정감사, 상생협의체 등 어떠한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통행을 거듭해 왔다”며 규제 입법을 촉구하고 있어 당분간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